VFX 슈퍼바이저가 말하는 '신과함께' 진짜같은 저승 비주얼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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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현 VFX 슈퍼바이저 / 사진=라희찬 (STUDIO 706)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 / 사진=라희찬 (STUDIO 706)

[매거진M] ‘신과함께’를 기대하는 것 중에 하나. 바로 비주얼이다. 누구나 상상 속에서 한 번쯤 그려봤을 저승과 지옥의 모습을 얼마나 생생하게 구현했을까.

덱스터 스튜디오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에게 듣는 '신과함께' 제작기

영화의 비주얼을 책임진 덱스터 스튜디오는 관객의 기대감에 부응하고자, 지옥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실제 존재할 것 같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magazine M과 만난 덱스터 스튜디오의 진종현 VFX 슈퍼바이저는 “작업이 진행될수록 구체화되는 영상을 보며 뿌듯한 동시에, 다시 한번 영화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덱스터 스튜디오

CG작업 전 촬영 모습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G작업 전 촬영 모습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G 작업 후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G 작업 후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주호민 작가의 대표작 『신과함께』는 연재 당시 네이버 웹툰 조회 수 1위, 45만 권 이상의 단행본 판매를 기록한 인기 웹툰이다. 독자들을 완벽히 사로잡은 『신과함께』의 비주얼 작업을 위해 투입된 덱스터 스튜디오 스태프는 약 300명. 초기 3D 설계를 하는 컨셉 아트팀을 시작으로 3D 물체의 질감을 작업하는 텍스쳐팀, 현장에서 카메라로 촬영한 부분을 3D 공간에 똑같이 구현하는 매치무브팀, 그리고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팀, 실제처럼 조명 작업을 하는 조명팀, 눈이 날리거나 폭발이 일어나는 효과를 작업하는 FX팀, 이 모든 것을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 합성팀 등이 3년 넘게 ‘신과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진 VFX 슈퍼바이저는 “영화의 비주얼 작업을 맡게 됐을 때 모든 스태프가 반겼다”며 “판타지 요소가 들어간 한국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반갑고, 중요한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뼈대를 세우다

CG작업 전 촬영 모습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G작업 전 촬영 모습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G 작업 후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G 작업 후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김용화 감독과 스태프들은 고심 끝에 불·물·철·얼음·거울·중력·모래 등 7개의 자연의 물성을 차용하고, 대자연의 압도적인 풍광과 특색을 접목해 새로운 비주얼을 만들기로 결론 내렸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 진 VFX 슈퍼바이저는 “무조건 한국적 느낌이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깨는 게 중요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털어놨다.

스태프들은 한국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보다 사막, 빙하 등 국내에서 볼 수 없는 공간에 한국적인 요소들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이 나는 지옥을 만들고자 한 것. 그리고 이 모든 걸 사실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한 철저한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컨셉아트 팀은 우선 기본적으로 한국적인 느낌과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철 구조물과 한국 건축양식 자료들을 수집했다. 또한 화산 지대와 남극, 사막 등 실제 존재하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 사진 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열과 성을 다해 모은 레퍼런스 자료들과 스태프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일곱 개의 지옥 비주얼은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과 웅장함을 자랑한다.

자연을 만들다

덱스터 스튜디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덱스터 스튜디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G로 공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주인공 모글리(닐 세티)와 일부 세트를 제외하고, 모든 배경과 동물들을 CG로 완성한 ‘정글북’(2016, 존 파브로 감독)의 작업이 할리우드에서 크게 이슈가 된 것만 봐도 그렇다. 진 VFX 슈퍼바이저는 “‘신과함께’도 대부분을 블루 스크린 앞에서 촬영하고, 배경이 되는 자연을 디지털로 구현해야 하는 부담과 막막함이 있었다”고 전했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자연 배경의 디테일을 살리고, 공간의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 새로운 젠브(ZENV)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덕분에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최적화시키면서 작업자들의 공간 설계 작업이 편해졌고, 실사 촬영과 CG의 완벽한 상호작용도 이뤄낼 수 있었다.

2편 준비 과정

'신과함께: 죄와 벌'

'신과함께: 죄와 벌'

최초로 1·2편이 동시에 기획되고 촬영까지 이뤄진 ‘신과함께’는 굉장한 집중도를 필요로 하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1편을 다 찍은 후에 2편을 찍는 게 아니라, 공간을 세팅하고 오늘은 1편, 내일은 2편 식으로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현재 덱스터 스튜디오에선 ‘신과함께’2편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1편 개봉 후에 컨셉트 보강, 새로운 캐릭터 설계, 공간 재설계 등 단계별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진 VFX 슈퍼바이저는 “그 어떤 작품보다 공을 더 많이 들인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고생한 모두의 노력이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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