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료계 주장하던 내용”…의협 궐기대회에 직접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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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의료수가 체계의 개선을 전제로 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의료계가 앞장서서 주장해 왔던 내용”이라며 “그럼 만큼 의료수가 체계 개선과 함께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의료계에서도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용비리 연루 임직원 책임 묻고, 직원 채용 취소해야” #문 대통령, 이낙연 총리 주례회동에서 비트코인 문제 논의 #“정부, 가상통화 관련 현 상황을 엄중 인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려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사들의 염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국민건강수호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 회원 3만여명은 전날 서울시청 인근의 대한문 앞에 모여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문재인 케어의 핵심 골격인 ‘건강보험 비급여의 급여화’에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비급여 항목이던 의료 행위에 대해 급여 항목에 포함시키려면 정부가 적정 가격(수가)을 정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환자 부담을 줄이려고 원가(原價)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하는 걸 우려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핵심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진료를 건강보험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의사들의 입장에선 건강보험의 수가로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는 뜻임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의료수가 체계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도 의료수가 체계 개선에 관한 의료계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입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발표하면서 “비보험(비급여) 진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운영하도록 적정한 보험 수가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원칙만 내세울 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적정 수가’에 대한 의료계와 정부, 더 나아가 환자의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 논란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중간결과’와 관련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려했던 바와 같이 공공기관 채용 비리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었고, 일부 기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었다”며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큰 만큼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해서는 민ㆍ형사상 엄중한 책임을 묻고, 부정하게 채용된 직원에 대해서도 채용 취소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기관장이나 고위 임원이 연루된 사건이 상당수였고, 채용 절차에서부터 구조적 문제가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나아가서 드러난 채용 비리에 대해 일회성 조사나 처벌로만 끝내지 말고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부터 우선 채용 비리를 근절하고, 민간 기업까지 확산시켜 우리 사회의 고질화된 채용비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에 드러난 채용 비리 사례 중 본인이나 부모 등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채용을 청탁하거나 금전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원칙적으로 채용을 취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 근로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 법안 등 각종 개혁입법의 처리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정의를 바로 세우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해가 돼야 한다는 것이 촛불정신”이라며 “나라다운 나라는 권력기관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차원에서 부패청산과 권력기관 정상화를 위한 개혁 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해 국회가 개혁을 이끄는 주체가 되어 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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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상통화 상황 엄중 인식”=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투기적 요소가 강해진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통화(암호화폐) 동향 및 대응 방향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 오찬회동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관리하면서 필요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연내에 암호화폐 관련 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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