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책 한 달 만에 또 타워크레인 사고, 올해만 18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경찰과 국과수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경기도 용인 한 물류센터 신축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의 붕괴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경찰과 국과수 관계자들이 10일 오후 경기도 용인 한 물류센터 신축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의 붕괴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9일 오후 1시10분쯤 경기도 용인시 고매동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 공사 현장에서 34층 높이(85m) 타워크레인의 중간 지점(46m)이 부러지면서 옆으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크레인 75m 높이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7명이 지상으로 추락,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용인서 붕괴 3명 사망 4명 부상 #국내 6074대 중 21%가 20년 넘어 #중국산 1344대 … 제작일 조작설도 #민간에 위탁한 정기검사도 형식적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고용노동부·용인시는 10일 합동 감식을 벌였다. 사고 당시 현장소장은 비번으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올해 타워크레인 붕괴 사망사고는 전국 곳곳에서 걸핏하면 터졌다. 앞서 지난 10월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도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올해만 6건의 타워크레인 관련 사고로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하늘 위 흉기’로 부르기도 한다.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는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달 16일 ‘타워크레인 중대 재해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연식 15년 이상 된 타워크레인은 2년마다 비파괴검사(용접 부분 등에 초음파를 이용, 균열 여부를 검사하는 것) 등 안전검사를 강화하고 타워크레인 사용 연한을 원칙적으로 20년으로 제한(예외적 연장 허용)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새로운 예방 대책은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차례로 시행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국내에 등록된 타워크레인 집중점검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용인에서 또다시 인명사고가 나면서 건설 현장에선 앞서 발표했던 대책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책을 더욱 촘촘히 세우지 않을 경우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10일 현장 근로자와 전문가에 따르면 비파괴검사 대상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국토부의 건설기계 등록 현황 기준(9월 말 현재)을 보면, 국내에 등록된 타워크레인은 총 6074대다.

이 중 연식 10년 이상~15년 미만이 18.8%(1141대), 15년 이상~20년 미만 4.7%(286대), 20년 이상은 20.9%(1268대)다. 정부는 비파괴검사 대상을 15년 이상~20년 미만에만 집중했다. 건설노동조합 측은 10년 이상 장비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20년 이상 노후 장비는 원칙적으로 폐기 대상인데 전체 등록 대상의 20.9%를 차지하고 있다. 현장에선 신형 장비로 교체하는 경우 정부가 세제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 등록된 타워크레인의 제조국은 국산이 43%(2599대), 수입이 57%(3475대) 규모다. 수입은 중국산이 1344대로 가장 많고 이어 이탈리아(430대), 프랑스(326대), 독일(286대) 순이다.

중국산 중고 크레인의 경우 제작 일자 조작 등으로 연식이 더 오래됐을 것이라는 게 상당수 근로자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11월 나온 대책에서는 신규 수입 크레인은 등록 때 제작국 등록증 제출을 의무화했는데 기존 수입된 중고 크레인에 대한 대책은 없다.

타워크레인 정기검사도 부품 결함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등 형식적이란 지적이 높다.

타워크레인은 현재 국토부에서 위탁받은 6개 기관으로부터 6개월마다 정기검사(설치 후)를 받는다. 수수료를 받는 검사기관들이 검사를 까다롭게 해 부적합 판정을 내리면, 크레인 대여 업체들이 그 기관에 검사를 맡기려 하지 않다 보니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뢰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6개 기관에서 모두 5074건의 검사가 이뤄졌는데 기관별 불합격률은 최대 17.9%에서 최소 1.7%로 들쭉날쭉하다.

한기운 한국안전관리사협회 상임고문은 “민간에 안전검사를 맡기다 보니 시장 논리에 의해 검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검사의 공신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김민욱·임명수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