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재난안전본부 특수대응단의 소방헬기는 전국을 누빈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해당 지역을 이탈하지 않는 다른 지역 소방헬기들과 차이가 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함께 일을 하면서부터다. 이 센터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경기소방을 제외하면 닥터헬기(응급환자 전용 헬기)와 소방헬기는 밤에 잘 출동하지 않는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경기재난안전본부 이세형 팀장 #“사람 살리는 일에 밤낮 어디 있나” #7년째 아주대 의료진과 전국 누벼 #올해만 외상센터와 142건 기록
이에 대해 이세형(58·소방령) 특수대응단 항공운항 1팀장은 10일 “사람을 살리는 일에 밤낮이 어디 있느냐.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소방이 헬기를 운항한 것은 1991년 9월부터다. 당시 한 대였던 헬기는 3대로 늘었고 현재 9명의 기장(조종사)과 12명의 정비사가 근무한다. 이들은 화재나 산악·해상 등 각종 사고 현장에 찾아가 인명을 구조하고 불을 끈다. 지난달까지 11만95시간을 운항했다.
경기소방 헬기와 이국종 센터장의 인연은 201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센터장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구출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됐다.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기 위한 권역외상센터의 필요성도 커졌다. 그러나 아주대병원에는 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닥터헬기가 없었다.
이에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은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경기소방 헬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중증외상 환자 더 살리기 프로젝트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후 경기소방 헬기는 아주대의 연락을 받으면 함께 전국의 현장을 누빈다.
2013년부터 지난달 24일까지 5년간 경기소방 헬기가 인명구조·구급·산불 진화 등을 위해 출동한 건수는 모두 4335건. 이 중 335건을 의사와 간호사가 동승했는데 대부분이 이 센터장 등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소속이다. 올해만 지난달 24일까지 142건을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와 출동했다. 경기도가 아닌 지역으로 출동한 건수도 37건이나 됐다.
이 팀장은 “2013년 서울에서 헬기가 고층건물에 충돌하는 사건 이후 항공법이 강화돼 해가 지거나 기상이 나쁘면 헬기 운항이 제한됐다”며 “그래도 위급한 환자가 있으면 출동을 안 할 수는 없어서 기상이 좋은 곳을 찾아 우회하는 방법으로 출동한다”고 설명했다.
경기소방 헬기 기장들의 경력이 평균 20년 정도의 베테랑이라 가능한 일이다. 이 팀장은 27년간 헬기를 조종했다. 물론 우회할 곳도 없을 정도로 기상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출동하지 못한다. “응급환자의 경우 헬기 안에서 수술도 하기 때문에 안전이 확보돼야 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팀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국종 센터장은 헬기 안에서 심장마사지도 하고 응급처치 등 간단한 수술도 한다. 헬기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거나 움직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팀장은 “이 센터장도 이런 점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출동이 어렵다’고 하면 ‘알겠다’고 수긍한다”고 말했다.
경기소방 헬기는 지난해 8월 1만 시간 무사고 비행시간을 기록했다. 소방헬기를 보유한 전국 15개 소방헬기팀 중 처음이다.
용인=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