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배’ 항의 들은 안철수, 계란 맞은 박지원…국민의당 맞는 호남 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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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당원들로부터 “사퇴하라”는 항의를 받았고, 박지원 전 대표는 안 대표의 지지자가 던진 계란을 맞았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의 10일 풍경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10일 오전 지역구인 전남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마라톤대회에서 참석자가 던진 계란을 맞고 씁쓸한 표정으로 닦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10일 오전 지역구인 전남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마라톤대회에서 참석자가 던진 계란을 맞고 씁쓸한 표정으로 닦고 있다. [연합뉴스]

 안 대표는 이날 전남 목포와 광주를 찾았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와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의혹 제보 논란으로 화난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안 대표의 구상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안 대표의 첫 일정인 전남 목포의 ‘김대중 마라톤’ 대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안 대표의 지지 모임에서 활동하는 60대 여성이 던진 계란에 오른쪽 뺨을 맞는 소동이 벌어졌다. 박 대표는 “제가 맞아서 다행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여성 분은 투척 후 저에게 ‘박지원씨를 평소 존경했지만 최근 너무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과 ‘비자금’에 대해 운운했다고 한다”며 “그 분은 광주 안철수 연대 팬클럽 회장”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행사 전에도 “박지원 물러나라. 간신배 개XX 박지원 물러나라” 등의 폭언을 하다 행사 진행 요원의 제지를 받았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도 한 중년 남성으로부터 “간신배 같은 사람, 안철수는 물러나라. 김대중 선생님을 욕 먹이는 것이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0일 광주 한 식당에서 광주 의원들과의 오찬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0일 광주 한 식당에서 광주 의원들과의 오찬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대표는 오후에는 광주로 이동했다. 안 대표가 직접 당원 등을 대상으로 바른정당과의 연대ㆍ통합을 설명하기 위한 토론회를 갖기로 하면서다. 하지만 토론회 시작 전부터 통합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지도부는 사퇴하고 임시전대 개최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하다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곳곳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안 대표의 지지자들은 ‘호남 맏사위, 안철수’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들은 안 대표가 등장하자 ‘안철수’를 연호하며 4층 행사장을 올라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참석하는 '연대·통합 혁신을 위한 토론회'를 앞두고 10일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 토론회장 앞에서 안 대표에 대한 규탄과 환영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참석하는 '연대·통합 혁신을 위한 토론회'를 앞두고 10일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 토론회장 앞에서 안 대표에 대한 규탄과 환영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반발 속에도 안 대표는 이날 통합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안 대표는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두려워하는 건 바로 3지대가 커지는 것”이라며 “정치는 상대가 두려워하는, 정확히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은 탄핵에 동참하고 두 번에 걸쳐 반한국당 노선을 택했다. 바른정당과도 함께 하지 못한다면 누가 우리와 손을 잡겠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날 안 대표의 호남행에 대한 평가도 갈렸다. 안 대표 측 송기석 의원은 이날 “호남 의원들이 전하는 여론과 달리 호남에서도 통합에 우호적인 기류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현장에서 결론이 빨리 나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그 내용을 참고해서 의견을 모아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에 반대하는 최경환 의원은 “호남 여론은 통합을 멈추라는 건데, 이날 행사는 안 대표의 지지자들이 주로 모인만큼 절반짜리 여론 수렴만 이뤄졌다”며 “기초의원들도 통합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추진할 경우 당을 떠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인데 이를 호도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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