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요?”…동료 안부 먼저 물은 타워크레인 생존자 A씨

중앙일보

입력

9일 발생한 용인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뉴스1]

9일 발생한 용인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뉴스1]

9일 오후 경기 용인의 한 공사장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로 중상을 입은 A(38)씨가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관계자가 10일 밝혔다. A씨는 의식을 찾자 마자 “몸은 괜찮으냐”는 가족들의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괜찮은데 사망자 명단 좀 확인해달라. 내 친구 박○○이 있는지 좀 봐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친구의 사망 소식을 들은 A씨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울었다. A씨의 한 가족은 “동료가 3명이나 숨진 데다가 사망자 명단에 친구까지 포함돼있다는 소식까지 듣고는 계속 울기만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씨는 오른쪽 발목뼈와 왼손 손가락 등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꼬리뼈 부상을 입었지만 병원 측은 “다행히 신경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또 턱 부위가 찢어져 여러 바늘을 꿰맸다.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한다.

A씨의 가족과 병원 관계자는 “사고 당시 어딘가에 걸쳐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덜 다친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눈을 떠보니 병원이다’고 말한 것을 보면 완전히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9일 발생한 용인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뉴스1]

9일 발생한 용인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뉴스1]

A씨는 75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 작업을 하다가 동료들과 함께 떨어졌다. A씨는 깨어난 뒤 목숨을 건진 데 대한 안도감 보다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쏟았다.

박씨 등 사망자 3명은 수원과 용인의 병원에 각각 안치돼있다. 다른 생존자도 위중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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