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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마이너리티리포트...빅데이터 활용 치안 외국에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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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 섬의 주차장에서 ‘예비 자동차 절도범’ 두 명이 체포됐다. 자동차 안을 엿보던 모습이 ‘때마침’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에게 적발됐다. 이들을 수색하던 경찰관이 주머니에서 마약도 발견했다. 이들은 곧바로 구금됐다. 당시는 샌타크루즈 경찰이 범죄 예측 프로그램인 ‘프레드폴’(PredPol·예측 치안이라는 의미의 Predictive Policing의 준말)을 도입한 직후였다. 경찰은 ‘그 장소에서 차량 절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프레드폴의 예측으로 현장에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이 사건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는 “경찰이 예지력을 갖는 것은 이제 평범한 일이 됐다”고 평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주연 배우 톰 크루즈가 가상의 스크린을 통해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있다.[중앙포토]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주연 배우 톰 크루즈가 가상의 스크린을 통해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있다.[중앙포토]

2054년 미국 워싱턴DC를 배경으로 범죄 예측 프로그램 소재를 다룬 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2002ㆍ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속 기술은 이미 전 세계에서 부분적으로 현실화됐다. 앞선 곳은 단연 미국이다. 1931년 클리퍼드 쇼 시카고대 사회학과 교수가 범죄 예측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뒤 미국은 통계ㆍ심리ㆍ지리학적 분석을 통한 범죄율 감소 방안을 연구해왔다.

美, 범죄 예보 시스템 정확도 71% #英, AI로 용의자 구금 여부 결정 #中, 전국민 얼굴 인식 시스템 개발 중

뉴욕 경찰국(NYPD)은 1994년에 ‘콤프스탯’(Compstatㆍ통계를 비교하다는 의미의 Compare Statistics의 준말)이라는 범죄 예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과거 범죄 데이터를 분석해 매일 아침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을 확률로 알려준다. 샌타크루즈 경찰이 도입한 프레드폴은 여기에 범죄 패턴 분석 기능을 후속 범죄 가능성을 예측하도록 한 진일보한 형태다. 예측 정확도는 71%에 달했고, 도입 첫 달인 7월의 강도 범죄율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7%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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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예측 시스템은 경찰뿐 아니라 이민 단속, 대테러, 전쟁에서도 두루 쓰이고 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등 다양한 정부기관에서 범죄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수상한 활동 감지, 자금흐름 추적, 사제 폭발물 설치 패턴 파악, 해외 해커집단 추적, 미아 및 실종자 추적, 질병 전파경로 분석을 하고 있다. 2011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에도 이 기술이 쓰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 섬의 경찰관이 순찰차에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프레드폴’을 확인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컴퓨터가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꼽은 10개 지점이 지도 위에 나타난 모습. [사진 새너제이머큐리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 섬의 경찰관이 순찰차에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프레드폴’을 확인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컴퓨터가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꼽은 10개 지점이 지도 위에 나타난 모습. [사진 새너제이머큐리뉴스]

영국 더럼시 경찰은 용의자 구금을 결정하는 데 인공지능(AI) ‘HART’(Harm Assessment Risk Tool) 프로그램을 지난 5월에 도입했다. HART는 용의자의 재범행율을 세 단계(높음ㆍ보통ㆍ낮음)로 측정해 구금 여부와 시간, 유죄 판결 전에 보석금을 내 놓을 지 등을 제시한다. 2013년 초기 테스트에서 예측 정확도가 88~98%로 나왔다. '높음' 단계에 소수 인종용의자가 백인 용의자의 두 배 이상이 포함돼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영국 내 여러 법 집행기관에서 HART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만평. 중국이 2015년 구축한 범죄 예방 시스템인 ‘톈왕’(天網ㆍ하늘을 덮는 그물)으로 해외 도피 공무원을 잡고 있다는 내용이다. [신화통신 사이트 캡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만평. 중국이 2015년 구축한 범죄 예방 시스템인 ‘톈왕’(天網ㆍ하늘을 덮는 그물)으로 해외 도피 공무원을 잡고 있다는 내용이다. [신화통신 사이트 캡처]

중국 정부도 AI를 통한 범죄 예방을 하고 있다. 2015년 중국은 공안부 주도로 인공위성의 GPS(위성항법장치)와 전국 2000만 대의 폐쇄회로TV(CCTV)를 활용한 범죄자 감시 시스템 ‘톈왕’(天網ㆍ하늘을 덮는 그물)을 구축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은 톈왕을 통해 지난해에 세계 70여 개국에서 1032명의 해외 도피 사범을 검거했다. 중국 공안부는 보안기업 이스비전(Isvision)과 함께 안면인식시스템 개발도 추진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중국 전체 국민 중 누구의 얼굴이라도 3초 안에 구별이 가능하다. 또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지난달 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반체제 인사나 소수 민족과 관련된 의료 기록, 피임 방법, 슈퍼마켓 배달 기록 등 거의 모든 개인 정보를 수집해 행동 방식을 예측하고 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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