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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무 "北, 美와 안전보장 직접 대화 원해" 틸러슨 국무에 전달

중앙일보

입력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연합뉴스]

 북한이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무엇보다 미국과 직접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달했다.

라브로프 외무, 7일 틸러슨 국무와 오스트리아서 회담 #"北 무엇보다 미와 대화 희망. 틸러슨 우리 얘기 들어"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리용호 북 외무상 회담한 날 #가디언 "틸러슨 즉각적인 반응은 없어" #지난달 스톡홀롬 비공식 회의서 #北 관료, 美와 군 채널 소통 의사 내비치기도 #디마지오 뉴 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 #"미·북간 사고 예방 위한 협력 방안 없다는데 주목" #미 국무부는 "비핵화 의지 없으면 직접 대화 불가능" # # #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틸러슨 장관과 별도 양자회담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북한이 무엇보다 미국과 자국의 안전 보장에 대해 대화하길 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를 지원하고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틸러슨 장관과 동료들이 (북한의 희망에 대해) 우리의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틸러슨 장관의 즉각적인 반응은 없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미 국무부의 공식 입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려는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만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라브로프 장관이 북한의 대화 제안을 전달한 시점은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회담을 진행한 날이기도 하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용호 외무상이 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펠트먼 사무총장과 일행을 만나 담화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5일 평양에 도착한 펠트먼 사무차장은 10일까지 북한에 머무는데, 지난 6일 박명국 북한 외무성 부상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를 각각 만났다.

 지난 2011년 10월 발레리 아모스 당시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HCA) 국장 이후 6년여 만의 유엔 고위급 인사의 방북이지만 국무부는 펠트먼이 워싱턴의 메시지를 가져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7일 평양을 찾은 펠트먼(왼쪽) 유엔 사무차장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7일 평양을 찾은 펠트먼(왼쪽) 유엔 사무차장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포럼에서 “평양은 러시아와 중국의 안전보장을 원치 않으며 미국의 보증을 원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바란다"고 전했다.

 북한 관료들은 최근 비공식 회의에서 한ㆍ미가 진행 중인 군사훈련에 따라 이른바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참수' 공격이 갑자기 진행되거나 평양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군 지휘부와 통제 시스템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지금은 매우 다르지만, 올해 양측은 '뉴욕 채널'로 불리는 비공식 접촉을 진행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월 유엔 연설에서 북한을 강하게 성토하면서 단절됐으나, 최근 평양이 이 채널을 되살리는 데 관심을 보이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지난달 스톡홀롬에서 서방 전문가들과 평양에서 온 관료들이 만난 자리에서 북한 대표단은 처음으로 미국과 군 채널로 소통하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이란과 북한의 접촉을 주선해온 수잔 디마지오 뉴 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은 “스톡홀롬에서 열린 비공식 토론에서 한 북한 관리가 미국과 북한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협력할 방안이 없다는 데 주목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비핵화에만 집중하는 대신 사고를 막고 위험을 줄이거나 고조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게 최선일 수 있다"며 "내가 보기엔 그 게 얻을 수 있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평양 인근에서 실시한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장면을 공개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달 29일 평양 인근에서 실시한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장면을 공개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미국과 북한 사이에 군사적 충돌을 막을 핫라인 형태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최근 북한의 화성 15형 탄도미사일 발사가 당장은 협상 가능성에 너무 큰 구멍을 냈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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