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몰매 맞는 '1억4천만弗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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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봉 재계약을 통해 1억3천9백만달러(약 1천6백36억원)의 엄청난 보수를 한꺼번에 현금으로 챙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리처드 그라소(56.사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불황 속에서도 엄청난 연봉을 받아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돼 왔던 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조차 그라소 회장이 '위험이 없는'(risk-free) 현금으로 그 많은 돈을 일시에 찾아간 데 대해서는 눈쌀을 찌푸리고 있다고 지난 주말 지적했다.

1억5천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샌포드 웨일 시티그룹 회장 등 미국 CEO들이 연봉 수백만달러를 가져가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들은 사업상 엄청난 위험을 걸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내고 있으며 그나마 기업 주가가 뛰어야 현금화할 수 있는 스톡옵션으로 보수의 상당부분을 받기 때문에 그라소 회장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이다.

NYT는 '더욱 분통터지는(galling)' 일은 그라소 회장이 그동안 미뤄뒀다 이번에 찾은 돈이 연 이율 8%를 보장하는 계좌에서 관리되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지난 주말 논평에서 미국 기업들을 관리 감독해야 할 증권거래소의 회장이 받은 엄청난 보수는 회계부정 등으로 얼룩진 미국 기업들의 자정 노력에 정면으로 반항하는 것처럼 여겨진다고 평가했다.

NYSE에 따르면 그라소의 수령액 중 4천만달러는 임원저축계획, 5천1백60만달러는 연봉 재계약으로 인한 중간정산 퇴직금, 4천7백90만달러는 성과급이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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