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으로 13년 간 누워 있던 세가와병 환자가 제대로 된 약을 먹고 이틀 만에 자리에서 일어난 가운데 아버지가 그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공개했다.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익명의 환자 아버지는 “지금 와서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에 초등학교 다닐 때는 휠체어 타고 다니니까 애들 놀림도 많이 받았어요. 그냥 신발에다가 흙 같은 걸 갖다가 뿌리고 지나가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와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낫고 난 뒤에”라고 전했다.
이어 “도와준 친구들도 그 부모들이 자기 딸이 우리 딸 때문에 고생한다고 다른 데로 전학시켜버리고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라고 토로했다.
약을 바꾸고 걷게 된 딸을 보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 병원에서는 ‘약을 줄 테니까 먹어봐라’ 하더라. 못 믿었죠, 그때는. 그리고 한 이틀 정도 먹더니 애가 목을 딱 드는 거예요. 아빠 나 목 들어 하면서. 그리고 3, 4일 지나더니 저녁에 못 걷던 애가 걸어서 뚜벅뚜벅 나오면서 아빠, 나 걸어요 하면서 나오더라고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처음 들을 때는 가슴이 답답했죠. 아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정말. 눈물이 많이 나고. 그리고 애가 걷기 시작하니까 그때부터는 진짜 막막하던 게 이걸 또 그런 게 아니겠나. 또 못 걷지 않겠나 싶은 그런 걱정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딸의 뇌성마비 진단이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경직성 뇌성마비라고 판정을 했는데 이게 그 당시에도 얘가 아침에는 잠시 걸었거든요. 아침에는 잠시 걷고 저녁에는 차차차차 못 걷고 저녁에는 완전히 퍼지는 거예요. 그런 상황은 뇌성마비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어요. 주위의 이야기를 듣고 멀리 중국에도 한 번 갔다 왔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계속 물리치료도 하고 돈도 많이 들었죠. 지금 한 10년 동안 한 4-5억 정도는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환자 아버지는 뇌성마비 진단을 내린 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병원 측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최근 내렸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