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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반려동물 시설 2년째 표류…왜?

중앙일보

입력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된 용인 기흥호수원내 반려동물 놀이터. 김민욱 기자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된 용인 기흥호수원내 반려동물 놀이터. 김민욱 기자

부산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민이 가장 많은 해운대구에서 반려동물 시설 조성을 2년째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설이 들어서면 개털이 날리고, 냄새가 나고, 시끄럽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주민들 개털 날리고 냄새난다며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에 반대 #해운대구 “일종의 님비현상…주민 설득까지 상당시간 소요될 듯” #동물단체 “야성 강한 반려동물 뛰어 놀 수 있는 공간 필요…반려인 교육도 이뤄져야”

해운대구에 등록된 반려동물은 1만 5000마리로 부산에 있는 16개 구군 가운데 반려동물 비율이 가장 높다. 등록되지 않은 수까지 합치면 6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해운대구는 추정하고 있다.

6일 해운대구 경제진흥과 동물보호팀 관계자는 “지난 2015년 12월부터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수영강변에 애견 만남의 광장을 조성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며 “그 이후에도 장소를 바꿔가며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추진했지만, 그때마다 주민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등 반대 움직임을 보여 번번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일종의 님비(NIMBY) 현상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해운대구에 따르면 2015년 12월 반여동 수영강변에 시비 5억원, 구비 5억원 등을 들여 애견 만남의 광장 조성을 추진했다. 주민 반발로 무산되자 2016년 9월 해운대 신도시 좌 3동 대천공원 인근 시유지에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어린이가 많이 다니는 학교 주변이어서 적합하지 않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해운대구는 올해 상반기 재송동 동부하수종말처리장 공원용지를 리모델링하면서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곳에서도 일부 주민이 반대했다.

주민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자 지난 10월 해운대구는 반려견 놀이터 대신 반려인을 대상으로 사육방법과 에티켓, 반려동물 질방 예방법 등을 교육하는 반려동물학교를 조성하는 것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반려동물학교 조성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해운대구 경제진흥과 동물보호팀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민들조차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반려동물을 위한 놀이터나 교육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며 “반려동물 시설의 필요성을 주민들이 받아들이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악구 반려견 놀이터 [사진 관악구]

관악구 반려견 놀이터 [사진 관악구]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씨의 프렌치 불도그 사건을 계기로 동물단체는 반려견 놀이터 조성 등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심인섭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 팀장은 “공격성이 강한 맹견들은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도록 반려견 놀이터를 조성하고 반려인들을 교육하는 시설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무조건 안 된다고 반대하기보다 공익적인 측면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 조성에 동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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