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스캔들 종착점...'스포츠 제국' 러시아의 평창행 운명은?

중앙일보

입력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개회식 당시 입장하는 러시아 선수단. [AP=연합뉴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개회식 당시 입장하는 러시아 선수단. [AP=연합뉴스]

 주사위는 던져졌다. 운명의 날이 밝았다. 국가적인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 여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IOC는 5일 오후(한국시각)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어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출전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회의를 마친 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6일 새벽 3시30분에 기자회견을 통해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11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체육부·정보기관 등까지 개입해 조직적으로 선수들의 도핑을 방조하고 은폐한 러시아의 사실을 폭로한 뒤 후폭풍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IOC가 이번에 어떤 결과를 내릴 지 주목받고 있다.

이번 IOC 결정에 대해선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출전 전면 불허 ▶러시아 선수단의 개인 자격 올림픽 출전 허용(중립국으로서 참가) ▶거액의 벌금 부과 등 세 가지가 논의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IOC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각 경기 단체에 종목별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승인 권한을 넘겼다. 그러나 러시아의 국가적인 도핑 조작이 곳곳에서 확인된 상황에서 IOC가 각 단체에 또다시 떠넘겨선 안 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평창올림픽 출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뜬 러시아.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올림픽에 나설 러시아 선수들이 입을 선수단복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평창올림픽 출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뜬 러시아. 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올림픽에 나설 러시아 선수들이 입을 선수단복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IOC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러시아의 올림픽 참가는 불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국가 주도 도핑 의혹을 제보한 전 러시아반도핑기구 직원 비탈리 스테파노프는 IOC에 보낸 편지 증언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2018년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면 깨끗한 선수들이 겪는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IOC 집행위원회가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도핑 혐의가 없는 선수까지 올림픽 출전을 막는 건 지나치단 부정론도 맞서있다.

평창행이 전면 좌절되든, 중립국 참가로 결론이 나든, IOC 집행위원회의 어떤 결정에도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러시아를 향한 사상 초유의 올림픽 출전 전면 금지 징계가 나오면 평창올림픽 각 종목 판도와 흥행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리우올림픽 때처럼 IOC가 각 단체에 출전 승인 권한을 넘기면 도핑에 대해 IOC가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캐나다 출신의 딕 파운드 IOC 위원은 " IOC는 모든 증거를 평가해 올림픽 정신을 수호할 기회를 잡았다"면서 IOC의 강력한 결정을 주장했다.

IOC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올림픽 출전 허용을 호소하는 연설을 할 러시아의 피겨 스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AP=연합뉴스]

IOC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올림픽 출전 허용을 호소하는 연설을 할 러시아의 피겨 스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AP=연합뉴스]

어떤 결정이 나오든 러시아 스포츠에 대한 국제스포츠계에서의 위상과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한달간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 25명이 도핑 문제로 IOC로부터 올림픽 출전 금지와 메달리스트들의 메달 박탈 징계를 받았다. 관계자들이 도핑 컨트롤센터 내부 벽에 구멍을 내서 자국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국제스포츠계를 농락했다. 소치 겨울올림픽 종합 1위에 올랐던 러시아는 '도핑으로 1위를 샀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고, 종합 순위는 4위로 추락했다. 앞서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반도핑 의지가 드러나있지 않다"면서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에 대한 자격 정지 징계를 풀지 않았다.

연이은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러시아는 일관되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세계 1위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8)는 5일 IOC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러시아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 허용을 부탁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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