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 법안 미국 상원 통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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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호 02면

미국 내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최소 연 1000억 달러(약 109조원) 줄어든다.

기업 법인세 부담 109조원 줄어 #글로벌 세금 인하 경쟁 불붙을 듯

미 상원은 2일(현지시간) 법인세율을 현재 최고 35%에서 20%로 낮추는 법안을 51대 49로 통과시켰다. 법인세율을 낮추는 대신 지금까지 기업에 적용됐던 감면 조항은 축소됐다. 하원과 협의 과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개인 소득세율도 최고 39.6%에서 38.5%로 낮아질 전망이다. 개인 소득세법까지 개정되면 미국 기업과 시민들의 세금 부담이 연 1500억 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6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감세”라고 보도했다. 사실 이번 법인세 감세가 레이건 때보다 크다. 당시 세율 기준 감세율은 25% 안팎이었던 반면 이번엔 40%를 넘는다.

미국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가 중요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고 평했다. 이번 감세안이 그의 주요 선거공약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법인세 감세로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번 법안 이름이 ‘감세와 일자리 법(Tax Cut and Jobs Act)’으로 결정된 이유다.

감세 혜택과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미국 내에서 여전하다. 86년 레이건이, 2003년엔 조지 W 부시가 경기 부양을 이유로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 인하를 단행했다. 경기 부양과 감세의 실제 상관관계가 공화당 주장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법인세 감세로 기업의 세후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는 “연방정부 적자가 앞으로 10년 동안 1000억 달러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CNBC는 “이번 감세 혜택이 주로 고소득층에 돌아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미국 내 논쟁과는 별도로 이번 감세는 글로벌 차원에서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미국은 주요국 가운데 명목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 최고 법인세율은 22%다. 미국의 법인세 인하는 올해 4월 시작된 영국의 인하와 맞물려 글로벌 법인세 인하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은 최고 세율을 20%에서 19%로 낮춘 데 이어 2020년엔 17%까지 내린다. 조세피난처가 아닌 일반 국가의 법인세 인하 경쟁은 80년대 아일랜드에 의해 촉발됐다. 지금까지는 주로 벨기에 등 작은 나라들이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인하했지만 앞으로는 미국·영국을 비롯한 경제대국들까지 가세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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