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우병우 비선보고 의혹’ 최윤수 구속영장 기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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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국가정보원 불법사찰에 관여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를 받는 최윤수(50) 전 국정원 2차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2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수사 진행경과와 피의자 주거 및 가족관계, 소명되는 피의자의 범행가담 경위와 정도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최 전 차장은 지난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을 뒷조사해 우 전 수석에게 몰래 보고하도록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수경 전 KBS 아나운서의 배우자이기도 한 최 전 차장은 우 전 수석과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이자 각별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2015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지내다 이듬해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두 달 만에 국정원 2차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는 “우 수석이 (이 인사의) 배경일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최 전 차장은 또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문화체육관광부로 전달하는 데 관여한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공직자 등을 상대로 한 조사는 불법 사찰이 아닌 동향 점검 차원의 업무였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을 동원해 과학기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정황도 포착해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이 관여했는지 조사 중이다. 그러나 최 전 차장의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우 전 수석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TF는 문체부의 블랙리스트가 우 전 수석의 지시에서 시작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의 지시를 계기로 문체부가 지원사업 대상자 리스트를 국정원에 보냈고, 이후 국정원은 허가 여부에 대한 답을 주는 식으로 유기적인 협조 관계를 구축해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추 전 국장 등으로부터도 “우 전 수석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고 한다.

윤호진·오원석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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