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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연탄 19.6% 인상에 후원도 줄어, 저소득층 "더 추워"

중앙일보

입력

30일 오전 춘천지역 유일한 판자촌 ‘돼지골’에 사는 안모(85·여) 할머니가 연탄보일러에 불이 살아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박진호 기자

30일 오전 춘천지역 유일한 판자촌 ‘돼지골’에 사는 안모(85·여) 할머니가 연탄보일러에 불이 살아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박진호 기자

“연탄값이 또 올랐어요. 올겨울을 또 어떻게 버티죠.”

춘천 유일의 판자촌 ‘돼지골’ 주민들 연탄값 인상에 한숨 #연탄가격 인상으로 지역에 따라 한장 가격이 650~800원 #연탄쿠폰 23만5000원에서 31만3000원으로 늘려 지급 #하지만 지역 따라 연탄 400~480장 사면 바닥나는 액수

11월 30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춘천지역 유일한 판자촌 ‘돼지골’. 안모(85·여) 할머니가 연탄보일러에 불이 살아있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연탄보일러 옆에는 교회와 연탄은행 등에서 지원받은 500장의 연탄이 쌓여있었다. 안 할머니는 판자로 된 59.4㎡(18평) 규모 집에서 연탄불에 의지해 겨울을 나고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 바닥이 얼음판처럼 차가웠다. 안방 벽은 추위를 막기 위해 보온 단열재로 도배한 상태였다.

안 할머니의 집 안방 벽은 추위를 막기 위해 보온 단열재로 도배가 된 상태였다. 박진호 기자

안 할머니의 집 안방 벽은 추위를 막기 위해 보온 단열재로 도배가 된 상태였다. 박진호 기자

안 할머니는 “연탄을 아껴 쓰려고 안방만 보일러를 켰다”며 “겨울을 따뜻하게 나려면 1200장 정도의 연탄이 필요한데 연탄 가격이 많이 올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춘천지역의 경우 현재 연탄 한장당 가격은 650원이다. 2015년 470원, 지난해 55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년 새 200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처럼 ‘서민 연료’인 연탄 가격이 2년 연속 크게 오르면서 연탄을 쓰는 저소득층의 겨울이 더 추울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무연탄 및 연탄의 최고판매가격 지정에 관한 고시’를 개정, 연탄 최고판매가를 19.6%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제조회사가 도·소매업자에게 파는 공장도가격은 446.75원으로 개당 87.5원이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연탄 공장도가격을 73원 인상했다.

춘천지역 유일한 판자촌인 ‘돼지골’ 모습. 박진호 기자

춘천지역 유일한 판자촌인 ‘돼지골’ 모습. 박진호 기자

춘천의 한 연탄업체 관계자는 “2년 새 200원가량 올려버리는 건 앞으로 연탄을 쓰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타지역의 경우 800~900원 하는 곳도 있어 저소득층은 연탄을 사서 쓰는 게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안 할머니의 집에서 100m가량 떨어진 집에 사는 한모(80·여) 할머니 역시 비싼 연탄 가격에 후원이 줄어들까 걱정이 많다.

33㎡(10평) 크기의 집에 사는 한 할머니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려면 1000장의 연탄이 필요한데 현재 400장의 연탄이 전부여서다.

한 할머니는 “지난해 연탄이 부족할 것 같아 연탄을 후원하는 단체에 추가로 도움을 요청했는데 후원이 줄어 연탄을 받지 못했다”며 “그나마 작년엔 날이 덜 추워 700장으로 어렵게 버텼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연탄 후원에 대한 관심이 줄어 들고 있다는 점이다. 춘천 연탄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40만장의 연탄을 취약계층에 전달할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전달된 연탄은 18만장에 불가하다. 원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역시 목표가 40만장인데 15만장 정도 후원이 나간 상태다.

허기복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는 “저소득층에 전달하던 연탄을 작년 수준으로 후원하려면 후원액이 크게 늘어야 해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의 연탄 가격 인상은 정말 아쉬운 결정이다. 연탄값 인상으로 연탄 후원 규모가 전년 대비 15%나 감소했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춘천지역 유일한 판자촌 ‘돼지골’에 사는 한모(80·여) 할머니의 보일러실 모습. 박진호 기자

30일 오전 춘천지역 유일한 판자촌 ‘돼지골’에 사는 한모(80·여) 할머니의 보일러실 모습. 박진호 기자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인상분을 반영해 연탄쿠폰을 23만5000원에서 31만3000원으로 늘려 지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지역에 따라 연탄 400~480장을 사면 바닥나는 액수다.

통상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의 경우 겨울을 나려면 1000~1200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결국 나머지 800장가량은 인상된 가격으로 사야 해 연료비 추가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에 포함되지 못한 생계 곤란 가구는 쿠폰 지원도 없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강원도에 따르면 올해 연탄쿠폰을 받은 도내 저소득 연탄가구는 1만6130가구이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기준 7만4000여 가구가 연탄쿠폰 지급 대상이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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