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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열풍 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요즘 증시의 과열상은 정상인가. 전국이 증시 투기장 화한 이런 분위기 뒤에는 과연 무엇이 올 것인가.
○…지방 곳곳에서 증권관련 강연회가 열린다 하면 장소가 부족할 정도로 인산인해의 인파가 몰리고 근로자·농민들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원정을 나오는 북새통에「자전거나 주차장」확보경쟁까지 일어날 정도다.
지난1일 온양에 지점을 낸 D증권의 경우 증권투자 설명회를 나흘 전에 개최, 인근 대천· 홍성 등에서 몰려든 5백여명의 농민·주부들이 계단층계에까지 빽빽이 들어차 진땀을 뺐다 는 후문.
또 지난 1월말 포항에 지점을 설치한 또 다른 D증권도 개점 첫날 3천여명의 고객들이 몰려들어 구좌를 트려고 신청서를 내는데 당황, 일단 번호표를 만들어 l천5백여명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것.
이 지점의 하루 고객처리능력은 2백명 뿐이어서 최소한 일주일이상을 기다려야 증권통장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바람에 각 증권회사 지방 점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다음날 새벽 1∼2시까지 거래 결과 등을 처리하고 퇴근하는 일이 비일비재.
○…요즘 증권회사 객장에는 어린이들이 뛰어 노는 풍경도 자주 보인다.
주로 소액투자를 하는 주부들이 애들을 데리고 나오기 때문인데 이들은 대부분 적으면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까지「친구 따라 장에 간다」는 식으로 투자를 하면서 하루에 한두번 정도 객장에 나온다는 영업 직원들의 설명이다.
서울이나 대도시 아파트 단지에는 특히 30∼40대 주부들이 투자클럽을 결성, 2백만∼3백만원을 내놓고 계모임 비슷하게 회를 운영하면서 주가가 올라 이익이 나면 이를 똑같이 배분하는 것도 유행이다.
○…새해 들어 1월 한달에만 주가가 25%가량 껑충 뛰자 은행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은 물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사채까지 얻어 증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원금의 25%를 먹을 수만 있다면 신용카드를 제때 못 막아 연체이자(19%)를 내거나 월 사채이자 2∼2·5%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고방식.
샐러리맨인 C씨(31)는 지난해 12월15일 국민카드에서 50만원, BC카드에서 30만원 등 모두 80만원을 가지고 당시 8천원짜리 (주)통일을 샀다가 현재 1만5천원 선을 호가하는 바람에 두 배 가까이 차익을 챙긴 케이스.
연체이자를 계산하더라도 원금의 75%정도는 충분히 건졌다고 자랑.
또 서울 강남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N모씨(42)도 주위에서 하도 떼돈을 벌었다고들 자랑하는 분위기에 휩싸여 사채 1천5백만원을 월2푼5리로 얻어 지난해 11월 풍림산업과 대구은행을 각각 매입, 지난 1월말 처분해 원금의 배가 넘는 수익률을 얻었다고 주위에 자랑.
○…주식 투자 붐이 일면서 증권사 주변의 사우나·고급술집·음식점들도 호황을 만끽.
명동과 시내 중심가 일대·여의도·강남 등에 몰려있는 증권사 주변의 이들 향락업소 등은 본래「시황에 따라 울고 웃는다」는 곳인데 요즘은 주가의 수직상승세를 타고 대부분이 한몫 잡은 사람들이어서 쓰는 돈도 풍성하다는 것. 음식점마다 점심에는 자리가 없고 사우나·안마시술소 등도 대낮부터 주식 졸부들로 붐비는 상황.
○…요즘 주가상승세는 너무 지나치다는게 증권가 주변의 중론.
70년대부터 증권투자를 해오고 있는 한 투자자는『요즘 초심자의 배짱 보면 한마디로 무섭다』면서 혀를 내두르기도.
증권사의 한 임원은『요즘 장세를 보면 투자자들에게 방어투자를 권해야 할텐데 투자자들이 먼저 업종·종목을 지정해 무조건 사달라는 통에 할 수 없이 사주고있다』면서 이 같은 편중거래와 수직상승세가 끝난 이후의 상황은 두렵기만 하다고 고백. 【박태욱·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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