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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학생들 고대ㆍ성대ㆍ이대 보낸 한꿈학교 김두연 교장

중앙일보

입력

김두연 한꿈학교 교장. 전익진 기자

김두연 한꿈학교 교장. 전익진 기자

“‘먼저 온 통일’인 탈북민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기약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탈북민에 대한 교육은 통일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에 위치한 탈북민 청소년 대안학교인 ‘한꿈학교’ 김두연(59) 교장의 말이다. 그는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자유를 찾아온 탈북 주민과 자녀에 대한 폭넓은 중·고교 과정 교육기회 제공은 우리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꿈학교 수업 모습. [사진 한꿈학교]

한꿈학교 수업 모습. [사진 한꿈학교]

24년간 서울 지역 고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한 김 교장은 2013년 2월 명예퇴직한 뒤 2015년 1월부터 의정부시 장암동에 있는 한꿈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그가 요즘 각별히 관심을 갖는 학생은 중국에서 탈북민의 자녀로 태어나 어려운 환경에서 지내다 국내로 들어온 중국 출신 탈북민 자녀들이다.

한꿈학교 수업 모습. [사진 한꿈학교]

한꿈학교 수업 모습. [사진 한꿈학교]

“이 학생들의 경우 일반 중·고교로 갈 경우 언어가 통하지 않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이로 인해 학업에 뒤처지고 좌절하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은 실정입니다.”
그래서 그는 14명의 중국 출신 학생들을 상대로 중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과목별 교사 5명을 통해 영어·수학 등 교과목을 가르치며, 동시에 한국어도 익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교육도 개인지도 방식을 통해 각자의 능력에 맞도록 눈높이식 교육을 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중·고교 6년 과정을 1년 6개월에서 3년 만에 단기에 완성해가고 있다.

한꿈학교 수업 모습. [사진 한꿈학교]

한꿈학교 수업 모습. [사진 한꿈학교]

김 교장이 고교 교사직을 퇴직하고 탈북민 교육에 뛰어든 것은 우연한 계기가 있었다. 2014년 6월부터 사단법인 팀앤팀 산하에 국제개발협력연구소를 설립해 초·중·고교생과 교사를 상대로 세계시민교육 자원봉사 활동을 해 오던 중 정규 교육 과정에서 소외된 탈북 청소년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게 계기가 됐다.

탈북민 청소년 대안학교 ‘한꿈학교’ 김두연 교장 #“탈북민에 대한 교육은 통일의 씨앗 뿌리는 일” #13∼32세 탈북민 학생 36명 중ㆍ고교 과정 교육 # #언어 안통하는 중국 출생 탈북민 자녀 14명 포함 #고려대ㆍ성균관대ㆍ이화여대 등 명문대 다수 진학 #“지하 벗어나 지상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했으면…”

2004년 경기 북부 지역에서 유일하게 통일부의 승인을 받은 탈북민 대안학교인 한꿈학교는 현재 4개 반으로 이뤄져 있다. “학생들은 서울 미아동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 진학을 준비 중입니다.
모든 교육비와 생활비는 무료이며, 학교에서 하루 세 끼 식사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교장을 포함한 7명의 교사와 전임 강사 12명, 시간 강사 16명, 자원봉사 교사 4명 등 39명의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꿈학교 거리청소 자원봉사. [사진 한꿈학교]

한꿈학교 거리청소 자원봉사. [사진 한꿈학교]

이곳은 기존 탈북민 대안학교가 대체로 교육 대상자를 12세부터 24세까지로 나이를 제한해 운영 중인 것과 달리, 나이를 불문하고 공부를 희망하는 모든 탈북민에게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13∼32세 탈북민 학생 36명이 다니고 있다. 김 교장이 시행하는 교육 방법은 학생의 수준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다. 기본 교육 과목인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과목을 학생 개별 역량에 맞도록 개별화 교육을 실시 중이다.

이 결과 한꿈학교에서는 현재 괄목할만한 대학 진학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6년엔 8명 졸업생이 전원 수도권 대학에 진학했다. 고려대 2명, 성균관대 1명, 이화여대 1명, 국민대 2명, 신한대 1명, 서울여대 1명, 홍익대 1명 등이다. 지난해에도 졸업생 5명 전원이 한국외국어대 등 4개 대학에 입학했다.

한꿈학교 단체 기념사진. [사진 한꿈학교]

한꿈학교 단체 기념사진. [사진 한꿈학교]

그는 그렇다고 공부에만 치중하지는 않는다. “탈북민 학생들이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공동체 및 사회성 교육에도 소홀하지 않고 있습니다. 명절이면 인근에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 위로하도록 하고, 거리 청소 같은 봉사활동도 정기적으로 벌이도록 해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소통의 시간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김 교장이 요즘 가장 안타까워하는 점은 후원이 부족해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점이다. 한꿈학교는 현재 통일부와 의정부시 등 몇몇 국가기관에서 일부 지원을 받고, 기독교 단체와 시민 등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소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상가 내 지하 공간을 받아 사용 중이다.

한꿈학교의 스승의 날 행사. [사진 한꿈학교]

한꿈학교의 스승의 날 행사. [사진 한꿈학교]

“현재 시설이 지하에 있는 데다 협소한 까닭에 학생들이 좁고 물이 새는 공간에서 햇볕도 쐬지 못하는 가운데 공부하고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특히 이런 이유로 ‘학력 미인가’ 대안학교로 분류되다 보니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마쳐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처지인 점이 안타깝습니다.”

김 교장은 “지자체나 공공기관 소유의 지상 유휴공간으로 학교를 옮기게 되면 ‘학력 인가’가 가능해지고, 학생들도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며 “특히 현재 지원이 전무한 기업체 및 공공기관 등에서 작은 관심이라고 가져준다면 탈북민 청소년들이 남한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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