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바른정당 간의 통합 추진을 놓고 한달째 내홍을 겪고 있다.
27일에는 바른정당과의 정책협의체 출범을 놓고 힘 싸움이 벌어졌다. 안철수 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자 박지원ㆍ정동영ㆍ천정배 의원 등은 “정책연대는 통합을 위한 수순”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 의원은 “일부 의원이 모여 통합 논의 중단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초선의원 7명도 27일 만나 통합논의 중단을 촉구하기로 했다.
한 달째 힘겨루기가 계속되며 양측에서는 서로 “보따리 싸서 나가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국민의당의 진로를 보는 시각까지 다른 만큼 서로 간에 타협점이 적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와 호남 의원들은 지방선거를 보는 그림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왜 안 대표와 호남 중진은 좀처럼 간극을 좁힐 수 없는 걸까
①지역이나 이념이냐=안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ㆍ통합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지층이 겹치는데, 이들이 둘로 나뉘어 선거를 치르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하다못해 인재영입을 위해서라도 연대나 통합은 필수”라고 말했다. 최명길 의원은 “당내 여론조사에서 보듯 중도·보수 성향의 두 당이 합칠 경우 지지율 폭발 현상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반면 통합 반대파의 선거전략은 호남 결집이다. 현재 국민의당은 그나마 호남 지역에서 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남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박지원 의원 등 경쟁력을 보이는 후보군 대다수도 호남에 몰려있다. 한 호남 초선 의원은 “기초든 광역이든 그나마 승산이 있는 건 호남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호남에서 바람이 불면, 수도권에 있는 호남 사람들도 국민의당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시 호남 지지가 이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호남권의 한 비례의원은 “바른정당과 통합할 경우 탈호남론이 제기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당의 간판이 대구 출신인 유승민과 부산 출신인 안철수인데 호남이 지지하겠냐”고 말했다.
②대결이냐 협력이냐=지난 8월 27일 전당대회 후 안 대표의 수락연설은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안 대표는 이후 각종 당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ㆍ경제 정책과 인사 문제를 비판하는 데 집중해왔다.
반면 호남 지역 의원들의 견해는 다르다. 천정배 의원은 “많은 국민이 개혁을 바라고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호남 초선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정치발전을 위한 길이라는 건 공감하지만, 현실 정치는 다르다”며 “지역구로 내려가면 민주당과 힘을 합치라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③보수냐 진보냐=안 대표 측은 향후 국민의당의 지지기반을 중도ㆍ보수층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 한 비례의원은 "이미 진보층의 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확보한 만큼 자유한국당의 붕괴로 유동적인 중도ㆍ보수층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지난 5월부터 “나를 뽑은 700만명은 양당 구도를 거부했고, 유승민 후보(득표수 220만표)도 우리와 비슷한 성향”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들이 우리를 지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계속해왔다.
반면 호남 중진 의원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70%를 잠재적 지지자로 놓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넓고 비옥한 개혁세력을 버리고 중도ㆍ보수로 가는 건 화전을 일구러 가는 것밖에 안 된다”며 “바른정당과 합당해 중도ㆍ보수 진영으로 가면 개혁에서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ag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