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팬들이 뿔났다'...유광점퍼 입고 단장 퇴진 운동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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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단장 [중앙포토]

양상문 단장 [중앙포토]

프로야구 LG 트윈스 팬들이 단단히 뿔났다.

최근 LG 팬들은 LG를 상징하는 유광점퍼를 입고 서울 잠실구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4일 릴레이 1인 시위로 시작했는데, 주말들어 동참자가 늘었다. '암흑기 지나니 블랙홀입니까?' 'FA도 리빌딩도 필요 없다' 등 구단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현수막까지 등장했다. 온라인에서도 LG 구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번 타오른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LG 구단이 구석에 몰린 모양새다.

양상문 단장의 환영 받는 류중일 신임 감독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류중일 LG 트윈스 신임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양상문 단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2017.10.13   utzz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양상문 단장의 환영 받는 류중일 신임 감독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류중일 LG 트윈스 신임 감독이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양상문 단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악수하고 있다. 2017.10.13 utzz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양상문(56) 신임 단장의 퇴진이다. 양상문 단장은 2014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LG 감독을 맡다 시즌 종료와 동시에 단장에 취임했다. 양 단장을 대신해 류중일(54) 감독이 LG의 새 사령탑에 올랐다. 양 단장은 LG 지휘봉을 잡은 지난 4시즌 동안 두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2014년 5월 부임한 뒤 꼴찌였던 팀을 그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켰다. 이후 양 단장은 젊은 선수 위주의 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2015년 9위에 머물었지만 지난해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준플레이오프에 나서며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자유계약선수(FA) 투수 차우찬을 영입하면서 전력이 한층 좋아진 올해는 막판까지 순위싸움을 벌이다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를 정도로 탄탄한 마운드를 구축하고도 허약한 타선 때문에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그마저도 베테랑 타자 박용택(37)이 고군분투한 결과였다. 양 단장이 기회를 부여하며 터지길 기대했던 젊은 타자들은 고전을 면치못했다.

양상문 단장 퇴진 운동을 벌이는 LG 팬들. [MLBPARK 캡쳐]

양상문 단장 퇴진 운동을 벌이는 LG 팬들. [MLBPARK 캡쳐]

그러면서 양상문 단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세대교체, 즉 '리빌딩'에 대한 불만이 팬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베테랑 정성훈(37)의 방출은 기폭제 역할을 했다. LG 구단은 지난 22일 2차 드래프트에 앞서 정성훈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된 사실을 알리고 다른 구단에 지명되지 않더라도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어 2차 드래프트에선 손주인(34)·이병규(34·등번호 7번)·유원상(31)·백창수(29) 등이 LG를 떠났다. 대신 LG는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20대 초·중반 선수 3명을 영입했다. 양상문 단장은 "세대교체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젊은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LG 팬들에게 유광점퍼는 가을야구와 동의어다. 유광점퍼를 입기 좋은 계절이 10~11월이기 때문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넥센과의 준PO에 앞서 &#34;돔구장 기온이 섭씨 30도가 되더라도 유광점퍼를 입겠다&#34;고 말하기도 했다. 유광점퍼를 입고 열띤 응원을 하는 LG 팬들.  [중앙포토]

LG 팬들에게 유광점퍼는 가을야구와 동의어다. 유광점퍼를 입기 좋은 계절이 10~11월이기 때문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넥센과의 준PO에 앞서 &#34;돔구장 기온이 섭씨 30도가 되더라도 유광점퍼를 입겠다&#34;고 말하기도 했다. 유광점퍼를 입고 열띤 응원을 하는 LG 팬들. [중앙포토]

하지만 LG 팬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성과가 없는 리빌딩을 위해 팀 공헌도가 높았던 베테랑 선수들을 너무 쉽게 내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올해 115경기에서 타율 0.312, 6홈런·30타점을 기록한 정성훈은 물론, 내야 전포지션을 오가며 헌신한 손주인을 내보낸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팬들이 반발하는 건 LG 구단의 과오도 한 몫했다. 노장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내친 사례가 여러 번있기 때문이다. 2015년 외야수 이진영(kt)이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kt로 이적했다. 그해 이진영은 타율 0.332, 10홈런·72타점을 올렸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4할 타율을 기록한 이병규(43)는 지난 시즌 단 1경기만 뛴 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이병규는 리빌딩이라는 명분에 밀려 1군에 올라갈 기회를 잡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FA 영입전에서도 밀리면서 팬들의 실망은 더 커졌다. FA 계약을 체결한 외야수 손아섭(롯데)과 내야수 황재균(kt)은 LG가 영입대상 1순위로 점 찍었던 선수들이다. LG는 공격력 강화를 위해 이 선수들을 필요로 했지만 영입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몸값이 치솟자 조용히 발을 뺐다. LG는 류중일 신임 감독을 영입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류 감독의 계약 기간 내에 우승을 이루겠다는 당찬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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