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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군단 LPGA 보다 KLPGA가 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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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KLPGA 팀이 챔피언십 트로피 대회에서 LPGA 팀을 꺾고 상금 6억5000만원을 차지했다. 2015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KLPGA 팀이 승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LPGA 팀 선수들이 KLPGA 팀 선수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꽃잎을 뿌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KLPGA 팀이 챔피언십 트로피 대회에서 LPGA 팀을 꺾고 상금 6억5000만원을 차지했다. 2015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KLPGA 팀이 승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LPGA 팀 선수들이 KLPGA 팀 선수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꽃잎을 뿌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LPGA의 마지막 선수는 전인지입니다.” “KLPGA 마지막 선수는 장하나입니다.”

챔피언스 트로피 골프대회 #국내파, 13-11로 3년 만에 첫 승리 #미국 진출하는 고진영 승부에 쐐기 #지난해 ‘가방 사건’ 장하나와 전인지 #마지막날 같은 조 편성돼 관심 집중 #장하나, 부상 이유 기권해 대결 무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 간의 친선 이벤트 경기인 챔피언스 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이 열린 경북 경주시 디아너스 골프장. 최종일 싱글매치에서 맞붙을 마지막 조 선수가 지난 25일 저녁 발표되자 기자실이 술렁였다.

사연(?)이 많은 장하나(25)와 전인지(23)가 같은 조에서 맞대결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챔피언스 대회를 앞두고 공항에서 사고가 난 이후 두 선수의 관계는 매끄럽지 못했다. 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장하나의 아버지가 놓친 가방에 전인지가 부딪히는 사고가 나면서 ‘러기지(가방) 게이트’란 말도 나왔다.

전인지는 허리 부상으로 한 달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등 부진에 빠졌다. 장하나는 그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역시 슬럼프를 겪었다. 우승 후 춤을 춘 것에 대한 여론이 나빴다. 장하나는 “스트레스성 빈혈 증세를 겪었다”면서 한 달여간 투어에서 빠졌다.

전인지(왼쪽)와 장하나. 장하나의 기권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종일 맞대결이 무산됐다. [사진 KLPGA]

전인지(왼쪽)와 장하나. 장하나의 기권으로 기대를 모았던 최종일 맞대결이 무산됐다. [사진 KLPGA]

두 선수는 공식적으로 화해를 했지만 앙금이 다 씻긴 것은 아닌 듯하다. 장하나는 지난 5월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면서 LPGA 투어 출전권을 반납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 선수가 만날 일은 없는 듯 했다. 그러다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조에서 두 선수가 다시 상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골프팬들의 이목을 끌었던 전인지-장하나의 맞대결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 직전인 26일 오전 장하나가 기권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장하나가 왼 손목 통증으로 경기 출전을 하지 않고 김민선 선수가 대신 나온다”고 발표했다.

장하나는 “출전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아쉽다. KLPGA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필드에 나가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장하나는 이날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KLPGA 선수들을 응원했다. 춤까지 추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전인지는 장하나 대신 나온 김민선과 열띤 경기를 펼쳤다. 마지막 경기에서 한 홀 차로 승리한 그는 “KLPGA 선수 모두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전인지를 비롯한 LPGA 선수들은 KLPGA 선수들에게 꽃잎을 뿌려주면서 축하했다.

KLPGA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대회가 열린지 3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파(KLPGA)가 해외파(LPGA)에 최종 스코어 13-11로 승리를 거뒀다. 최종일 KLPGA에서 활약 중인 두 명의 김지현(26)이 모두 승리를 챙겼고, 배선우(23)는 사흘 내내 승리를 기록했다. 내년 LPGA 투어 진출을 선언한 고진영(22)이 공교롭게도 KLPGA의 우승을 확정짓는 승점을 보탰다. 고진영은 3년간 이 대회 무패(5승4무)의 기록을 남기고 KLPGA를 떠나게 됐다. 고진영은 “마지막 대회여서 KLPGA가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내년엔 LPGA에서 신인왕을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LPGA 선수들이 최정예는 아니었다. LPGA 선수들은 지난 주 지구 반대쪽에 있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시즌 최종전을 치르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피로와 시차 등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박성현(24)과 김인경(29) 등 상위 선수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불참했다. 그래도 LPGA 팀에는 세계랭킹 3위 유소연(27), 6위 전인지, 11위 김세영(24), 12위 박인비(29) 등이 포진했다. KLPGA는 그런 LPGA를 꺾었다. 국내 선수들의 실력은 이제 세계 정상급이란 방증이다.

박인비는 “국적이 다른 선수들이 참가하는 솔하임컵(미국-유럽 여자골프대항전)은 승부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한국 선수들끼리 경기를 하기 때문에 친선과 경쟁이 반반씩 섞인 느낌”이라며 “이 대회가 LPGA와 KLPGA를 잇는 다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주=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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