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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3% 금리 새 발행어음 ‘투자 전 따져봅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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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투자증권이 27일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한다. 1년 만기 금리가 연 2.30%로 정해졌다. 자본금 4조원 이상에 초대형 투자은행(IB), 단기 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에서 내놓는 첫 발행어음이다.

증권사의 새 발행어음이 오는 27일 첫 선을 보인다. 투자 전 따져볼 것이 많다. [중앙DB]

증권사의 새 발행어음이 오는 27일 첫 선을 보인다. 투자 전 따져볼 것이 많다. [중앙DB]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은 신호탄일 뿐이다. 금융 당국은 내년 이후 순차적으로 자본금 4조원 이상에 건전성을 갖춘 증권사에 발행어음(단기 금융업) 인가를 내줄 전망이다. 단기 금융업 인가를 기다리는 증권사는 4곳(미래에셋대우ㆍNH투자증권ㆍKB증권ㆍ삼성증권)이 더 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단기 금융업 인가 받은 한국투자증권 #27일부터 발행어음 판매 시작, 연 이자율 2.3%로 결정 #1%대 중반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경쟁력 있지만 #예금자 보호 안 되는 등 가입 여부 신중히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한 5개 증권사의 자본금 총액은 24조6000억원이다. 법령에 따라 단기 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 2배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다. 영역 확장에 목마른 증권사에선 단기 금융업 인가 이후 경쟁적으로 발행어음 출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50조원에 가까운 상품(발행어음) 시장이 새로 열리는 셈이다.

‘중고 신인’ 발행어음 어떤 상품 

사실 발행어음 상품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반 투자자에겐 생소하지만 긴 역사를 자랑한다. 1972년 단기 금융업법이 만들어지며 탄생한 상품이다. 당시 단자회사, 종합금융회사(종금사)가 팔았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종금사가 연이어 무너지면서 발행어음 시장도 쪼그라들었다. 이때 살아남은 소수 종금사를 인수한 증권사ㆍ은행에서 발행어음 명맥만 유지해왔다.

이번에 나온 발행어음은 새 버전이다. 판매 금융사가 종금사에서 증권사로 바뀌긴 했지만 기본적인 상품 구조는 비슷하다. ‘중고 신인’ 발행어음의 면면을 솎아봤다.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전 따져봐야 할 것은 많다.

한국투자증권은 27일 판매를 시작하는 발행어음의 이자율을 연 2.30%로 결정했다. [사진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27일 판매를 시작하는 발행어음의 이자율을 연 2.30%로 결정했다. [사진 한국투자증권]

금리 경쟁력은 있나

한국투자증권은 24일 자산부채관리위원회(ALCO)를 열어 발행어음 금리를 연 2.30%로 확정했다. 1년 만기를 채웠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율이다. 만기 상관 없이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형 발행어음 금리는 연 1.20%다. 1년 만기를 채우지 못했을 때 책정되는 이자율도 가입 유지 기간에 따라 다르다. 가입 기간 7~180일엔 연 1.20~1.60%, 181~270일엔 2.0%, 271~364일은 연 2.10%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발행어음의 최대 경쟁자는 1년 만기 정기예금과 증권사 CMA다. 발행어음은 가입 시점에 이자가 확정되는 상품이다. 정기예금과 성격이 비슷하다. 시장 수익률에 따라 가입 기간 중에 금리가 바뀔 수 있는 CMA와 다르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은 연 1.48%다. 케이뱅크(연 2.1%)나 카카오뱅크(연 2.0%) 정도만 2% 선을 넘어설 뿐 나머지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1%대 초중반에 불과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 joongang. co. 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 joongang. co. kr]

은행 정기예금과 비교해 수익률에서 발행어음이 앞선다. 성격이 유사한 증권사 CMA 금리(연 1%대 초반)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2%대 중후반으로 나온 저축은행 특판예금 금리엔 뒤진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수신금리를 단기적으로는 실질 금리로 운용하고 시중금리와 고객 반응을 면밀히 살피면서 조정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 금융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모험자본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시중금리 인상에 따라 발행어음 금리가 따라 올라갈 전망이다. 내년까지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가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다른 증권사에 발행어음 인가가 속속 나면 고객 선점 경쟁에 따라 이자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발행어음 상품은 5000만원 한도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중앙포토]

발행어음 상품은 5000만원 한도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중앙포토]

최대 약점은 ‘예금자 보호 안 돼’

발행어음은 사실 큰 약점이 있다.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 발행 주체가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가입한 증권사가 파산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원금ㆍ이자를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종금사에서 판매하던 옛 버전의 발행어음과 비교해 투자자 보호 면에서 후퇴했다. 종금사에서 내놓은 발행어음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가능하다. 종금사가 파산하더라도 예금보험공사에서 5000만원 내에서 투자금 보장을 해줬다.

‘금리냐, 예금자 보호냐’. 투자자 입장에선 꼼꼼한 선택이 필요하다. 새 버전의 발행어음은 자본금 4조원 이상, 회사채 AA등급 수준의 신용도를 갖춘 우량 증권사에만 허용된다. 하지만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만큼 가입 전에 해당 증권사의 신용 상태, 재무 구조를 미리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유념해야 할 것은 또 있다.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마련한 자금을 기업 대출(기업 금융), 부동산 투자, 각종 채권 투자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여기서 나온 수익을 고객에게 이자로 다시 돌려주는 구조다.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보다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발행어음의 성패를 가른다. 해당 증권사의 자금 운용, 수익 창출 능력도 따져보는 게 좋다.

발행어음 가입 방식은 펀드보다 정기예금과 비슷하다. 해당 증권사 지점, 온라인 창구에서만 가능하다. [중앙포토]

발행어음 가입 방식은 펀드보다 정기예금과 비슷하다. 해당 증권사 지점, 온라인 창구에서만 가능하다. [중앙포토]

가입은 불편하지 않을까

가입 방법은 펀드보다 정기예금에 가깝다. 방문하는 곳이 은행이 아닌 증권사란 점만 다르다. A증권사에서 판매하는 발행어음은 A증권사 지점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B은행의 정기예금은 B은행 지점에서만 예치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 한 곳에서 여러 자산운용사 상품을 비교해 고를 수 있는 펀드와는 다르다. 한국투자증권은 27일부터 87개 전국 지점에서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한다.

꼭 지점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가입 방법은 과거 종금사 발행어음보다 간편해졌다. 온라인 가입이 가능하다. 해당 증권사 계좌를 갖고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계좌가 없다면 비대면 계좌 개설을 이용하면 된다. 금융당국은 증권 계좌 비대면 개설도 허용한 상태다. 해당 증권사의 전용 앱을 내려받은 후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면 계좌 개설, 상품 가입이 가능하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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