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화노트] 나랏돈 받아 쓰기, 씁쓸한 문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구보씨는 2년에 걸쳐 발표한 단편 8편을 묶어 단편집을 펴낸다. 문화예술위 산하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추진위)의 우수문학도서선정보급사업 지원대상 도서로 뽑히면 권당 2000부가 팔리는 효과가 생긴다. 추진위가 로또판매 기금으로 책을 사 도서관.군부대 등 1000여 곳에 나눠주기 때문이다. 단편집이 권당 1만 원이고 작가 인세가 10%라면, 수입 200만 원이 생긴다.

추진위가 22일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추진위의 올 사업 기조는 '문학나눔'이다. 기구 이름도 바꿨다. 지난해엔 창작 활성화에 집중한다는 뜻에서 '문학회생프로그램 추진위원회'였고, 올핸 소외계층에게 독서기회를 늘리고자 '문학나눔사업 추진위원회'가 됐다. 8월엔 한강에 유람선 띄우고 문학잔치도 열 계획이다. '문학향수층 확대사업'이라는 각종 이벤트 사업 예산만 5억 원이다.

추진위 사업기조가 회생에서 나눔으로 바뀌었어도 문인들은 대체로 환영한다. 실제 혜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구보씨의 예처럼 올해부터 최저생계비 정도는 보장된다. 올 관련 예산은 통틀어 67억2000만 원(로또기금 52억2000만 원+문예진흥기금 15억 원). 문예진흥기금은 올해 처음 투입되는 것이다.

하나 씁쓸하다. 나라가 나서 문학을 부양하는 본질은 그대로여서이다. 지난해 모두 283명의 문인이 나랏돈을 받았다. 아니 서민 호주머니에서 빠져나온 로또기금을 받았다. 지난해 지원도서 선정과정에서 작품의 질과 작가의 처지를 두고 논란도 있었다. 문단 속사정을 알면 알수록 씁쓸하다.

손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