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KTB투자증권 압수수색… 권성문 회장 횡령·배임 혐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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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문(56) KTB투자증권 회장의 횡령 등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22일 오전 8시30분쯤 KTB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에 수사관 10여 명을 보내 회장실과 감사실 등을 뒤졌다.

권성문 KTB 회장. [중앙포토]

권성문 KTB 회장. [중앙포토]

권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특가법상 횡령·배임 등이다. 그는 미술품 구매 등 사적으로 해외여행을 가면서 6억~7억원의 경비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거나 회사 출장에 가족을 동반하는 등 회삿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달 초 소환조사 한달만 #금감원 통보 따라 수사 착수 #회사 경비 사적 유용 혐의 #檢 “다른 혐의도 추가 조사중”

앞서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은 KTB투자증권 등 금융투자사 3곳에 대한 현장 검사를 통해 이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9월 검찰에 통보했다. 이후 금감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은 검찰은 권 회장을 이달 초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약 한 달 동안 권 회장 조사 내용과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횡령과 배임 정황을 포착했다”며 “그 외에 권 회장의 다른 혐의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1990년대 벤처 투자와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1세대 벤처 투자가’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권 회장과 금감원·검찰과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6년 당시 한국M&A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금융감독당국 조사에 걸려 내부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당시 자신이 M&A 중개를 한 기업의 주식을 경영권 이전 전에 되팔아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았다.

1999년에도 자신이 인수한 ‘미래와사람’이 냉각 캔을 세계 최초의 극소형 냉장고로 홍보하는 등 호재성 허위·과장 공시, 내부 정보 이용, 주가 조작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듬해에 기소유예가 돼 형사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벤처 대부’로서 위상이 추락한 권 회장은 2000년대 초 미국으로 떠나 한동안 그곳에서 거주했다.

이후 10여 년 만에 권 회장은 다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지난 8월에는 출자 회사의 직원을 폭행하고,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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