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 추가도발 방아쇠 당기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한다고 발표하면서 한반도 정세도 요동칠 전망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결과에 비관적인 관측이 나온 조치다.

"북, 테러국지정을 대북적대시 정책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 반발 거셀듯" #북한 언론 쑹타오 특사 면담 대신 김정은의 자동차 공장 현지지도 보도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추가 제재 예상하고 자력갱생 강조하는 모양 #성명 등으로 미국에 말폭탄과 함께 미사일 발사등 추가 도발 가능성 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안남도 덕천에 있는 자동차공장인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공장에서 생산한 신형 5t급 트럭 운전석에 앉아 직접 트럭을 운전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안남도 덕천에 있는 자동차공장인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공장에서 생산한 신형 5t급 트럭 운전석에 앉아 직접 트럭을 운전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2월 김정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의 말레이시아 공항 독살 사건 이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 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을 내세워 발끈했다. 대변인은 당시 “테러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우리에게 테러지원국 딱지를 붙이려는 것은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적대적 태도의 표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을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북한 언론들은 일단 21일 일제히 김정은의 승리자동차 공장 현지지도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쑹 특사와의 면담 소식이나 테러지원국 지정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9월 15일 이후 9차례의 공개 활동을 모두 경제 챙기기에 할애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핵과 경제의 병진을 주장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9월까지 핵과 미사일에 집중했으니 연말까지 경제챙기기를 하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추가도발의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적대시 정책 포기를 미국에 요구했지만 역행하는 길을 택했으니 자신들은 갈 길을 가겠다’는 주장을 우선 할 것”이라며 “일단 성명 등의 방식으로 반발 한 뒤 핵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용호 외무상이 언급했던 태평양상의 수소탄 폭발실험을 할 경우 미국의 군사행동 명분을 줄 수 있는 만큼, 미국 공격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를 통한 재진입 기술이나 장거리 미사일의 사거리를 조절해 발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도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해 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며 “테러지원국 지정을 미사일 발사실험을 위한 빌미로 여겨 추가 미사일 발사 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중론을 펴는 시각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반발하는 차원에서 무력 도발을 해 왔다”며 “당장은 말로 반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 대신 테러지원국 제재를 들고 나왔다면 북한 입장에선 오히려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고 향후 북·미 접촉을 통한 타결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하는 동계 훈련을 위한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통상적인 활동들만 식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은 전날 “북한이 미사일 관련 시설에서 트럭의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는 등 연내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지난달 초에도 평양 산음동의 병기연구소에서 미사일 발사 준비로 추정되는 트럭들의 움직임을 보였다고 한다. 또 최근 미사일 엔진 연소 실험을 실시한 바 있어 정보 당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