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계승」 조화에 역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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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화위에 이어 대통령 취임준비위가 l8일 정식 발족함으로써 노태우 차기대통령의 정권인수작업이 본격화됐다.
전두환 대통령과 함께 제5공화국의 탄생을 주도했고, 또 대부분의 인맥을 노 당선자 역시 공유하고 있어 비교적 안정된 인계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새 술은 새 부대」라는 슬로건아래 적지 않은 변화가 시도되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취임준비위는 전두환 대통령의 임기만료일인 2월24일까지 존속하면서 대통령의 이·취임행사에서부터 정부이양에 따른 행정부. 청와대의 기구 및 기능 재조정, 인사 재편등 광범위하고도 핵심적인 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대통령당선자」란 호칭은 물론 「당선자 집무실」이란 이름도 우리에겐 처음 접하는 것들이어서 준비위 스스로 어디까지 손을 대야할지 모를 지경이다.
다만 노 당선자는 18일 상오 삼청동 당선자 집무실에서 『역사의 선상에서 역사를 창조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준비위의 역할을 규정하고 『우리가 왔던 길을 지우개로 지워버린 뒤 후배들에게 똑같은 골을 당하는 어리석은 일은 경계해야한다』고 활동방향의 큰 흐름을 제시했다.
말하자면 「개혁과 계승의 조화」를 목표로 정부 인수·인계작업을 하라는 의미다.
○…취임준비위는 내부적으로 새해 벽두에 구성되어 비공식 당정회의를 수시로 가졌으나 철저히 암행식 활동을 해 노출이 거의 안됐고 앞으로의 활동도 조용한 가운데 진행시킨다는 방침.
이춘구 위원장은『뿌리가 같으므로 특별히 인수. 인계할 것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실은 요란한 활동이 혹시 「부작용」을 빚을까봐 크게 경계하는 상황.
준비위는 당초 위원들의 사무실과 명패까지 준비했으나 준비위원들이 청와대의 요직에 기용된다는 소문과 함께 현 청와대팀의 심기를 건드릴 여러 조짐이 보이자 「있는 듯 없는 듯」한 활동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후문.
○…취임준비위는 이미 정부측의 자료제공 및 설명과 여론등을 감안, 국정전반에 관해 핵심적 사항을 점검했고 특히 청와대와 정부부처의 기능 및 권한, 인사 방향등에 관한 조정방안을 담은 1차기초보고서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의 큰 줄거리는 △권위주의 청산 △작은 정부 지향 △인사의 공정성 확보를 기조로 해서 청와대비서실의 권한 및 기능 대폭축소와 내각에 상당한정도의 재량 폭을 넘기되 그 공과를 엄중히 묻는다는 것 등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청와대가 정부 각 부처의 차관보급이하 인사까지에도 관심을 표명해온 관례를 지양, 장관에게 국장급이하의 인사 전결권을 주어 인사가 각 부처 형편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히 집행되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비서실 기능을 문자 그대로 대통령의 보좌기능에 국한하는 체제로 개편키 위해 현재의 10개 수석 비서관실을 △정무1, 2를 정무로 통합하며 △민정·사정업무를 합쳐 명칭을 부드럽게 고치고 △법무수석을 없애는 등 6∼7개 비서실로 줄인다는 복안이다.
지금껏 무소부위로 해온 수석비서관들의 기능중 대통령의 중요정책자문을 위해 특보제도 부활문제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준비위는 또 대통령과 국민간의 거리를 되도록 좁히기 위해 정례적인 기자회견 또는 TV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시간을 갖도록 하는 언론·홍보방안도 마련하고 있으며 청와대의 개방방안도 연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병행해 국무총리의 역할과 권한을 격상시키기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중인데 관계자는 『총리가 앞으로는 결코 의전용· 대독용이 아니며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제해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준비위측은 임시국회가 끝난 후 노 당선자에 대한 정부 각 부처 현황 보고때 △선거공약이행계획 △계속사업현황 △현안문제만을 추려 보고하도록 정부측에 통보했다.
한 관계자는 『엽관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등과는 달라 우리나라는 직업공무원제를 채택하고 있고 정당간 정권이 바뀐 것도 아닌 만큼 지금의 관료가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 일할것』이라고 말했다.
준비위가 가장 고심하는 문제의 하나는 퇴임하는 대통령의 이 임식을 따로 할 것인가, 아니면 이·취임식을 같이 할 것인가에 있는 것 같다.
준비위측은 선출직 대통령의 별도 이 임식 또는 이·취임식 병행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인 것 같으나 대통령 측근들은 물러나는 대통령의 예우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세계 각국의 이 관계 의전형태도 재외공관을 통해 급히 알아봤다는 후문.
준비위는 또 정부 각 부처·국영기업체 및 청와대비서실의 인사폭을 어디까지 할 것 인지와 그에 따른 3∼4배수의 후보자 명단도 작성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준비위 관계자들은『노 당선자 고유영역』이라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펄쩍 뛰고있다.
그러나 총리와 국무위원. 청와대수석들은 거의 전원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차관급이하와 청와대의 수석이 아닌 비서관들은 대부분 그대로 있거나 일부 자리바꿈만 한다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러졌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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