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롱패딩이 싸다고 ? 15만원이 정상가 … 내년엔 더 낮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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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갑이요? 아닙니다. 이게 정상 가격입니다. 생산 공정 줄이고 회사 이익 줄이면 얼마든지 가능해요.”

의류업체 신성통상 염태순 회장 #OEM 접고 자체 브랜드 8개 회사로 #흥행 비결은 “비정상가의 정상가화”

토종 의류업체 신성통상의 염태순(64·사진) 회장은 평창 롱패딩의 흥행 요인을 "비정상가의 정상가화”로 표현했다. 신성통상은 최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평창 롱패딩’을 만든 회사다. 20일 서울 둔촌동 본사에서 만난 그는 “브랜드 값이나 유명 연예인의 광고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시대는 저물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성비 좋은 제품이란 싸고 괜찮은 제품이 아니라, 괜찮은데 싼 제품이다. 품질이 먼저고 가격은 그 뒤다”고 덧붙였다.

‘2018 평창 올림픽’을 기념해 3만 개 한정으로 제작한 평창 롱패딩은 14만9000원이다. 거위 솜털(80%)과 깃털(20%)이 주원료인데, 다른 업체의 비슷한 제품이 30만~50만원대인 걸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새벽부터 줄을 서도 못 구할 정도다. 판매를 맡은 롯데백화점은 남은 7000개의 롱패딩 출고시기와 장소를 정하면서 ‘안전 사고 방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염 회장은 수출 전문 기업에 2년 다니다 퇴사하고 서른 살이던 1983년에 가방 수출 회사 ‘가나안 상사’를 창업했다. 퇴직금과 모아둔 돈을 합해 1700만원으로 만든 1인 기업이었다. 이후 20년간 가방과 의류를 주문자 제작 생산방식(OEM)으로 만들어 수출하는 1000억원짜리 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이 시기를 "자재·제조·산적 등 생산 유통의 전 분야를 배운 때”라고 말했다.

2002년엔 외환위기 여파로 도산한 대우계열사 ‘신성통상’을 인수했다. 당시 연매출 1000억원의 가나안 상사가 3000억원 매출의 신성통상을 인수하는 것이 화제가 됐다. 그는 “주변의 만류가 심했지만 시작해야 결과가 있다는 생각에 인수했다”고 말했다. 평소 품질에 자신이 있던 그는 인수 직후부터 지오지아·폴햄·탑텐 등의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16개의 자체 브랜드 중 8개를 접는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춰 단가 경쟁력을 쌓았다. ‘탑텐’은 브랜드 출범 4년 만인 지난해 매출액 20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SPA(생산·유통 일괄 업체) 브랜드 3위가 됐다. 현재 미얀마와 베트남 등 해외 공장 10곳에 4만5000명이 일하고 있다.

올해 4월 롯데백화점이 롱패딩 제작 업체를 선정할 때도 이런 생산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평창 롱패딩의 추가 생산 여부를 묻자 그는 “옷 제작 공정상 곧바로 추가 생산을 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추가 생산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겨울엔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내놓겠다. 가격은 더 싸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글=김준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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