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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골수도·단원고 흙과 함께…세월호 단원고 미수습 3인 영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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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미안해."
20일 오전 6시 세월호 참사 단원고 미수습자 3인의 발인식이 열린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 꽃으로 장식된 관과 영정 속의 해사한 아들·남편의 모습을 본 미수습자 가족들은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신을 찾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또다시 볼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3년여간의 수색에도 끝내 유해를 찾지 못한 단원고 양승진(당시 59세) 교사와 2학년 남현철·박영인군의 발인식이 눈물 속에 치러졌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1314일, 선체가 육지로 인양된 지 223일 만이다.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발인은 양승진 교사, 박영인 군, 남현철 군 순으로 진행됐다. 유골 조각도 찾지 못한 이들의 관에는 선체 수색과정에서 발견된 가방과 옷 등 유품이 채워졌다. 유품도 발견되지 않았던 양 교사는 생전에 학교에서 쓰던 물품 등이 담겼다. 유난히도 가벼워 보이는 관. 양 교사의 아내는 "시신도 못 찾고 장례를 치러서 정말 미안하다"고 통곡했다. 남군과 박군의 어머니들은 관이 운구 차량에 실리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겠는 듯 내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20일 오전 단원고 미수습자 3인 발인식 #발인식 뒤엔 단원고와 안산시청서 노제 #유가족 요청따라 단원고 운동장 흙 전달 #진도 맹골수도 해저 흙과 함께 봉안함에 #의연하던 가족들 "미안하다" 끝내 오열

오전 6시 50분. 장례행렬은 양 교사의 직장이자 아이들의 모교인 단원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영정은 양 교사가 근무했던 2층 교무실과 남군과 박군이 공부했던 3층의 2학년 6반 교실을 천천히 둘러봤다. 남편과 아이들이 머물던 공간, 미수습자 가족들의 흐느낌은 다시 오열이 됐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남현철 군, 박영인 군의 발인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고인의 유가족이 영정과 함께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남현철 군, 박영인 군의 발인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고인의 유가족이 영정과 함께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건물 밖으로 나온 유가족에게 정광윤 단원고 교장이 주먹만 한 하얀 보자기 꾸러미를 건넸다. 단원고 운동장에서 파낸 흙이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가족들이 생활했던 학교의 흙을 봉안함에 넣겠다"며 요청했다고 한다. 앞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유골 대신 봉안함에 넣기 위해 세월호가 수장돼 있던 진도 맹골수도 해저 흙을 정부로부터 건네받기도 했다.

아내를 부축하며 의연하게 아들의 마지막 길을 지키던 남현철군의 아버지는 흙을 건네받자 "현철아. 내 아들아"를 외치며 통곡했다. 양승진 교사의 어머니도 학교를 나가려는 아들의 영정을 부여잡고 "엄마 가슴에 피가 내린다. 언젠가는 만날 테니 엄마를 기다려다오"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남현철 군, 박영인 군의 발인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양승진 교사 유가족이 영정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남현철 군, 박영인 군의 발인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양승진 교사 유가족이 영정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를 떠난 운구행렬은 안산시청으로 향했다. 제종길 안산시장 등 안산시청 전 직원들이 이들을 맞았다. 제 시장은 "참으로 안타깝다"며 "편안히 영면하시고 좋은 곳에 가시길 빈다"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발인식뿐 아니라 단원고·안산시청에서 진행된 노제까지 고인들의 동료와 친구들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4·16 가족협의회도 이른 새벽부터 나와 유가족들의 곁을 지켰다.

오전 8시 45분. 유품이 담긴 운구행렬은 화장 장소인 수원연화장에 도착했다. 발인식 때처럼 양 교사, 박영인군, 남현철군의 운구 차량이 차례로 들어왔다. 양 교사의 아내와 어머니는 관을 부여잡고 돌아오지 못할 아들·남편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박군의 부모는 유품조차 쳐다보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남현철 군, 박영인 군의 발인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고인들을 추모하는 노제가 열렸다. [사진 안산시]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남현철 군, 박영인 군의 발인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고인들을 추모하는 노제가 열렸다. [사진 안산시]

남 군의 아버지는 운구 차량에 실린 관을 붙잡고 "아들아, 잘 가라"라며 어깨를 들썩이다가 마침내 관이 화장장 안으로 들어가자 아내와 함께 맥없이 주저앉았다.
6·7·8호 분향실로 옮겨진 미수습자 가족들은 안에 설치된 모니터에 '화장 중'이라는 글이 뜨자 다시 통곡했다. 이 과정에서 양승진 교사의 아내는 혼절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1시간 넘게 이어진 화장이 끝났다. 유품을 태운 재는 단원고 운동장 흙과 진도 맹골수도 해저 흙과 함께 봉안함에 담겼다. 이들은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잠든 평택 서호공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이들과 함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일반인 승객 권재근씨와 그의 아들 혁규군의 장례식도 이날 치러지면서 앞서 수습된 299명 등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희생자에 대한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안산·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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