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금융사 '중국 재테크' 휘파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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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유럽계 금융회사들이 중국의 대형 은행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중국 은행들이 거액의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업공개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뛰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23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6월 중국건설은행(CCB) 지분 9%를 30억 달러에 매입했으나 현재 가치는 92억 달러에 달한다. 또 HSBC가 보유한 중국교통은행의 지분(19.9%) 가치도 구입 당시의 2배가 넘는 50억 달러로 불어났다. 특히 교통은행의 주가는 올들어 두달 새 40% 이상 치솟았다.

중국은행의 주식을 매입한 외국계 금융사의 경우 3년 내에는 주식을 팔 수 없도록 돼있어 아직까지는 평가익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개방속도나 은행들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머지 않은 시일에 거액의 투자수익이 실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WSJ는 홍콩의 한 경제전문가를 인용, 앞으로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중국 은행들이 많아 외국계 금융사의 수익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기업을 공개할 은행으론 업계 2위인 중국은행(BOC)과 중국공상은행(ICBC) 등이 대표적이다. BOC는 상반기 60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으며,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ICBC도 연말께 공개할 예정이다.

이가운데 BOC의 경우 미국의 메릴린치와 영국계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또 골드만삭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지난달 ICBC와 38억 달러 규모의 지분 매각에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 금융산업에 대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CBRC)가 수개월 안에 외국계 은행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AWSJ는 새 규제가 외국계 은행을 보다 효과적으로 감독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일종의 자국 금융산업 보호조치로 활용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 은행감독위 관계자도 "새 정책이 실시되면 외국계 은행은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고 투자도 현재 보다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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