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금리 인상 충격 앞둔 가계부채, 미봉책으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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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은행은 다음주 금요일 올해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많은 금융시장 전문가가 이 자리에서 1.25%인 한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의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미 기준금리의 역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핫머니가 한국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된다.

게다가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강한 경제 성장 모멘텀으로 인해 내년에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예상을 어제 내놓았다. 미국의 실업률과 물가 수준이 모두 호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4.1%까지 하락한 미 실업률은 내년 3.7%에 이어 후년에는 3.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 금리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코앞에 닥친 금리 인상 쓰나미 충격을 흡수할 만한 체력을 우리나라 가계가 갖췄느냐 하는 점이다. 어제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에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부채 1313조원 중 52%에 달하는 683조원은 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보험회사 등 비은행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비은행 금융회사는 은행권보다 대출금리가 높아 금리가 오르면 가계에 미치는 충격도가 훨씬 크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쉬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써왔지만 뒤로는 극심한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었다.

가계부채는 올 3분기 말 1400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대한 즉각적이고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혁신으로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정공법을 당장에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길러야 이제 본격화할 고금리 쓰나미를 견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