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에게 유치장 특혜…‘황제수감’ 베푼 경찰 항소심 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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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춘천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신안그룹 박순석(73) 회장이 마음대로 유치장을 드나들 수 있도록 특혜를 베푼 경찰에 대한 징계는 마땅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015년 이 사건으로 ‘강등(경감→경위)’ 처분을 받은 경찰 A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 A씨 유치인 관리규정 수차례 어기며 박 회장에 접견 특혜 #"강등처분 부당하다" 행정소송 냈지만 1·2심 모두 패소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재판장 김재호)는 강등 등의 징계처분을 받은 경찰 A씨가 강원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등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강원 모 경찰서 과장급 간부였던 A씨는 2015년 9월 특경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돼 이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중인 박 회장에게 수차례 접견 특혜를 주는 등 유치인 관리규정을 위반했다. 당시 A씨는 박 회장의 변호사가 경찰서에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변호사 접견원 사본을 이용해 출입감지휘서를 작성했다.

이런 특혜를 받은 박 회장은 유치장에서 나와 최대 2시간 20여 분 동안 가족·회사 직원과 면회할 수 있었다. 변호인 등 대부분의 접견은 접견실이 아닌 A씨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변호인이 되돌아간 뒤에도 박 회장은 곧바로 유치장으로 가지 않고 A씨의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남다른 대우를 받은 박 회장은 변호인 접견원 사본 이용 출감 3회, 변호인 출석 전 사전 출감 5차례, 접견 후 지연 입감 6차례 등 혜택을 받았다.

A씨는 접견이 끝난 뒤 변호사가 퇴실했음에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박 회장이 쉴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 사실도 경찰 감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자해 우려가 있는 60~65㎝ 가량의 길이가 긴 수건을 가져와 B씨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A씨는 박 회장이 유치장에 수감된 기간인 2015년 5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신안그룹 계열사에서 제조·판매하는 빵과 롤케이크(수회)를 비롯해 립스틱 세트(23개), 핸드크림, 과일, 술 등 137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아 청렴의무와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유치인의 경우 변호사 접견과 가족 등 면담은 출입감지휘서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된다. 특히 변호인 접견은 접견실 이외에 기타 장소도 가능하지만, 가족 등의 면회는 칸막이가 설치된 장소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유치인 관리 규정 등을 위반한 A씨를 지난해 2월 해임하고, 수수액인 137만원의 2배에 해당하는 징계부가금 부과를 처분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같은 해 6월 소청심사에서 ‘강등(경감→경위)’ 처분으로 한 단계 감경에 그치자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은 강원경찰청의 징계처분이 합당하다며 A씨 패소 판결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 전체를 다시 살펴봐도 원고의 징계 사실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징계가 재량의 범위를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안그룹 박 회장은 48억원 부당대출을 알선한 대가로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징역 1년 2개월 형이 확정됐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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