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MB생가도 피하지 못한 지진…담 무너지고 대들보 금 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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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가 고향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집도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을 피해가지 못했다.

흥해읍 덕실마을에 복원된 MB 고향집 #규모 5.4 지진으로 흙집 뒤흔들려 피해 #주민들 "안 그래도 MB 곤경 처해있는데"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실마을(덕성1리). 이곳에는 이 전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냈던 고향집을 그대로 복원한 초가집이 있다. 16일 오전 9시30분쯤 추운 날씨에 옷을 두텁게 입은 50대 여성 2명이 복원된 생가 안팎을 부지런히 쓸고 닦고 있었다.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경북 포항시 흡해읍 덕실마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복원한 고향집 흙담 일부가 지진으로 갈라졌다. 16일 오전 초가집 관리를 맡고 있는 마을주민들이 지진의 여파로 방과 마루에 떨어진 흙을 치우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경북 포항시 흡해읍 덕실마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복원한 고향집 흙담 일부가 지진으로 갈라졌다. 16일 오전 초가집 관리를 맡고 있는 마을주민들이 지진의 여파로 방과 마루에 떨어진 흙을 치우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 초가집은 이 전 대통령이 살았던 집터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살았던 당시 모습을 전통 방식으로 복원해 만들었다. 안채와 사랑채, 창고 등 건물 3동과 우물 등이 1598㎡ 부지 안에 자리해 있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와는 5.5㎞ 떨어진 지점이다.

지난 15일 오후 2시29분 발생한 지진으로 흙집이 뒤흔들리면서 방안과 툇마루에 흙먼지가 쏟아져 내렸다. 생가 대들보 한가운데엔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틈이 쩍 벌어졌고 앞마당 흙돌담도 일부가 무너져 돌멩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경북 포항시 흡해읍 덕실마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복원한 고향집 흙담 일부가 지진으로 갈라졌다. 16일 오전 마을주민과 관리인이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경북 포항시 흡해읍 덕실마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복원한 고향집 흙담 일부가 지진으로 갈라졌다. 16일 오전 마을주민과 관리인이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생가 관리 공공근로를 하는 주민 공모(57·여)씨는 "매일 이곳에 들러 청소도 하고 관리를 하는데 지진 이후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마당에 있는 담장 일부가 무너졌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복원된 생가를 청소하고 있는 와중에도 3.6 규모의 여진(오전 9시2분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역)이 발생해 긴급재난문자와 함께 경고음이 울렸다. 공씨는 울먹이며 "여진이 이어지면서 건물이 더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경북 포항시 흡해읍 덕실마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복원한 고향집 흙담 일부가 지진으로 갈라졌다. 16일 오전 초가집 관리인이 지진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대들보 등 집을 짓는 데 사용된 목재에는 예전부터 일부 균열이 있어 이번 지진 피해로 인한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경북 포항시 흡해읍 덕실마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복원한 고향집 흙담 일부가 지진으로 갈라졌다. 16일 오전 초가집 관리인이 지진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대들보 등 집을 짓는 데 사용된 목재에는 예전부터 일부 균열이 있어 이번 지진 피해로 인한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덕실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검찰의 구속 수사를 받고 이 전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에 오를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포항에 지진까지 일어나 마음이 복잡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전 대통령과 먼 친척 관계라는 이모(79·여)씨는 "최근 이 전 대통령이 곤경에 처한 탓인지 덕실마을을 찾아오는 방문객도 많이 줄어들었는데 큰 지진이 일어나 더 좋지 못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답변없이 차량에 탑승해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영종도=최승식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답변없이 차량에 탑승해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영종도=최승식 기자

복원 생가 관리와 기념관 운영을 맡고 있는 포항시청 공무원 정재원(59) 주무관은 "이 전 대통령 고향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다 보니 다들 그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최근 악재가 많이 겹쳐 주민들 시름이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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