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올림픽 참가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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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실로 12년만에 올림픽이 동서화합의 장으로 되돌아왔다. 우리의 북방관계에도 새로운 서광이 비치게 됐다.
소련정부는 11일밤 5백20명에 달하는 대규모 선수단을 서울올림픽에 파견하겠다고 공식 발표, 오랫동안논란이 돼왔던 절름발이 올림픽에 대한 우려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직 공식발표를 하지 않은 중공을 비롯한 ,10수개국의 참가발표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로써 88서울대회는 역대올림픽 중 참가국수가 가장 많았던 84년 LA대회 때의 1백40개국을 훨씬 상회하는 명실상부한 50억 인류의 대축제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이 갖는 의의는 단순히 참가국수가 가장 많다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88대회는 올림픽이 순수한 인류의 스포츠잔치가 되는 근대올림픽 정신으로 되돌아왔다는데 가장 큰 뜻을 부여할 수 있다.
80년 모스크바대회땐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이유로 미·일·유럽 각국 등 서방측이 대거 불참했고, 84년 LA대회는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이 「보안상」 이유를 대면서 보복 보이코트 했음을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소련의 88대회 참가결정은 올림픽이 더 이상 정치적 희생물이 될 수 없다는 세계인들의 자각이 확인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우리는 소련정부의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둘째,88대회는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던 동서 양진영간의 관계가 신데탕트의 분위기로 자리잡아가는데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미소는 작년말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거리핵미사일(INF) 폐기협정에 조인했고, 반쪽 올림픽의 불씨가 됐던 아프가니스탄사태도 소련군의 철군계획 발표로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다. 88대회는 무엇보다도 한반도 주변의 긴장완화에 적지 않은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며 상황전개에 따라선 한국의 북방외교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셋째, 주최국인 한국민의 입장에선 이 역사적인 올림픽을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한 결의를 새롭게 다짐해야 한다.
8개월 남은 대회개최일까지 미비점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서 보완해야 하고, 대회의 운영방식과 파생될지도 모를, 후유증에 대한 장기적 대응책도 세워둬야 한다. 올림픽 주최국으로서의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참가 선수단에 대한 안전은 물론 교통, 숙박, 통신시설 등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이제 88대회의 팡파르는 울려퍼졌다. 북한같이 정치적 이유를 내세워 트집을 잡으려는 시도는 이제 더이상 발붙일 곳이 없다. 오죽하면 공산권의 종주국인 소련까지도 『북한은 독자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냉정하게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북한이 더이상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아 지구상의 외토리가 되지 말고 무조건 서울대회에 참가하기를 거듭 촉구해 마지않는다. 그 길만이 앞으로도 북한이 세계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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