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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 유작전 참관」, 미망인 「도모」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번 전시회는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68년 니혼바시에서 열렸던 전시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훌륭합니다』
호암 갤러리에서 열리고있는 권진규 회고전(2월 23일까지)을 둘러보기 위해 6일 서울에 온 고인의 일본인 부인 「가사이·도모」 여사(57)는 자신의 옛날 작품 한점(유화)이 권씨의 작품들과 나란히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감회어린 표정을 짓는다.
무사시노 미술학교 선후배 사이로 회화과에 다니던 「도모」 여사와 조각과에 다니던 권진규씨가 결혼한 것은 지난 53년. 이후 59년 권씨가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의 6년간이 그가 가지고 있는 추억의 전부다.
『이삿짐까지 다 부치고도 일본인에 대한 한국사회 분위기를 염려해 차일피일 미루다가 끝내 마지막이 되고 말았지요. 자살통보를 받는 날 밤새도록 미친듯 밤거리를 헤매면서 후회했어요』 그는 함께 따라나서지 못한 것을 두고 『한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가 회상하는 권씨는 예술인으로서나 남편으로서나 기막힐 정도로 멋진 사나이. 작품에 대한 긍지도 대단해서 스승인 「시미즈·다카시」가 자신의 작품에 손을 대면 그대로 내팽개치고 교실을 나와버리기도 했다는 것.
『그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의 고결한 정신이 살아 움직이는 듯 해요』 함께 지내던 시절 권씨가 제작했던 『도모상』 『목불상』등 손때어린 5점의 작품에서 지난날의 사람을 반추하며 살아가는 「도모」 여사는 『그가 비록 한국에서 불운하게 생을 마감했다하더라도 사후 제대로 평가받고있으므로 그의 혼이 있다면 만족해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도모」 여사는 현재 일본에서 도예가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9일 출국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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