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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엄지척'한 영화촬영 캠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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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 박찬욱 감독이 '엄지척'한 영화촬영 캠퍼스는?

2008년 영화 '박쥐'를 촬영한 박찬욱 감독은 "카메라 앵글을 어떻게 잡더라도 한폭의 그림이고 작품"이라며 한 촬영지를 칭찬했다. 박 감독이 칭찬한 촬영지는 기암괴석이 있거나 민속촌으로 잘 꾸며진 곳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시네마 캠퍼스'로 불리는 대구 계명대학교 캠퍼스의 이야기다. 계명대는 영화나 드라마, CF 배경으로 100편 이상 등장했다.

계명대 캠퍼스, 영화·드라마·CF 등 100편 이상 촬영 #박찬욱 감독 "한폭 그림이고 작품이다" #SNS에서 시네마 캠퍼스로 유명

영화 동감 촬영 장면. [사진 계명대]

영화 동감 촬영 장면. [사진 계명대]

영화 남남북녀 촬영 장면. [사진 계명대]

영화 남남북녀 촬영 장면. [사진 계명대]

드라마 에덴의 동쪽 촬영 장면. [사진 계명대]

드라마 에덴의 동쪽 촬영 장면. [사진 계명대]

도대체 어떤 곳일까. 지난 13일 찾은 대구시 달서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본관 앞. 160여만㎡(건물 40여 개) 규모의 캠퍼스 한가운데 있는 본관 옆 언덕길을 따라 10여분 올라가자, 붉은 벽돌로 꾸며진 중세 시대 교회 같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종교 수업 전용 건물인 '애덤스 채플'이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사진 계명대]

계명대 성서캠퍼스. [사진 계명대]

계명대 성서캠퍼스. [사진 계명대]

계명대 성서캠퍼스. [사진 계명대]

계명대 대명캠퍼스. [사진 계명대]

계명대 대명캠퍼스. [사진 계명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높이 10m, 가로·세로 5m 크기의 파이프 오르간이 보였다. 장엄하고 웅장한 소리를 내는 9억 원짜리 악기다. 3500여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오르간은 국내에서 세종문화회관에 있는 오르간 다음으로 크다.

그런데 처음 찾는 애덤스 채플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2009년 배우 송승헌이 주인공으로 나온 56부작 드라마 '에덴의 동쪽' 배경으로 등장했던 곳이어서다.

계명대 전경. [사진 계명대]

계명대 전경. [사진 계명대]

계명대에 들어서면 그리스 신전을 본떠 만든 학교 정문이 나타난다. 정문 역시 한 번쯤 본 느낌이다. 2009년 배우 이민우 등이 주인공으로 나온 25부작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 배경이다.

계명대 대명캠퍼스 본관과 하버드 대학 건물(오른쪽) [사진 계명대]

계명대 대명캠퍼스 본관과 하버드 대학 건물(오른쪽) [사진 계명대]

같은 날 오후 찾은 대구시 남구에 있는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1955년에 지어진 7만2727㎡(건물 13개) 규모의 캠퍼스다. 1995년 성서캠퍼스가 지어지기 전 계명대의 모든 수업은 이곳에서 진행됐다. 현재는 미술대학 등 일부만 남은 대명캠퍼스는 담쟁이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캠퍼스 건물을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이다. 영화에 나오는 1950~60년대 미국 캠퍼스 바로 그 느낌이다.

계명대 담쟁이 덩굴. [사진 계명대]

계명대 담쟁이 덩굴. [사진 계명대]

계명대 성서캠퍼스 본관 출입구에 내걸린 타불라 라사. 빈 액자 그 자체가 작품이다. [사진 계명대]

계명대 성서캠퍼스 본관 출입구에 내걸린 타불라 라사. 빈 액자 그 자체가 작품이다. [사진 계명대]

대명캠퍼스 역시 성서캠퍼스처럼 낯선 느낌이 아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박쥐', '검은사제들', 드라마 '모래시계', '각시탈' 등의 주요 배경으로 나온 곳이기 때문이다.

계명대 캠퍼스는 1993년부터 영화와 드라마만 84편을 찍었다. 영화 '덕혜옹주', 드라마 '모래시계', '동감' 등 유명한 작품의 배경으로 나왔다. 스쳐 지나가는 CF와 뮤직비디오 촬영 같은 단순 등장 장면을 더하면 100편을 훌쩍 뛰어넘는다. 학교엔 촬영팀과 일정을 조율하는 별도 팀까지 있을 정도다.
다음 달부터 배우 이병헌이 주인공인 드라마 '미스터 선사인'이 성서캠퍼스 한학촌에서 촬영에 또 들어간다.

계명대에 있는 대형 오르간. [사진 계명대]

계명대에 있는 대형 오르간. [사진 계명대]

계명대 최초 건물인 대명캠퍼스 본관은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이 미국의 전통적인 대학의 모습을 재현해 지은 건물이다. 이 건물은 현재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다.

계명대 대명캠퍼스 초창기 모습. [사진 계명대]

계명대 대명캠퍼스 초창기 모습. [사진 계명대]

학교 전체 건물을 상징하는 붉은 벽돌, 담쟁이 등은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 모습과 흡사하다. 특히 대명캠퍼스 본관은 하버드대학 본관 모습을 그대로 본 따왔다. 카메라만 가져가면 '그림'이 되는 이유다. 늦게 지은 성서캠퍼스 역시 대명캠퍼스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와 이국적이고 아름답다. 성서캠퍼스는 현대극, 대명캠퍼스는 근대물 배경으로 활용된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백순현 계명대 대외협력처장은 "1993년 드라마 '억세바람'를 촬영하는 팀이 찾아와 촬영을 좀 하자고 해 처음 미디어 노출이 시작됐다"며 "이후 일 년에 4회 이상 꾸준히 촬영장으로 캠퍼스가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애덤스 채플. [사진 계명대]

계명대 성서캠퍼스 애덤스 채플. [사진 계명대]

멋진 캠퍼스는 학교 경쟁력까지 높이고 있다. 꽃보다 남자가 방영된 2008년 4.81대1이었던 입학 경쟁률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7.83대1까지 올랐다. 유학생도 같은 시기 877명에서 지난해 1000명이 넘었다.

1학년 이한슬(20)씨는 "비슷한 입학 성적을 가진 다른 대학과 입학을 고민하다가 캠퍼스가 아름다운 계명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유학생인 나렌드라친티아(21)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유학을 결심했다. 계명대가 드라마 '꽃보다 남자'촬영지라는 것을 알고 여기서 공부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강문식 계명대 입학처장은 "전국적으로 입시설명회를 다니면 드라마 영화 촬영한 계명대라고 하면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한학촌. [사진 계명대]

계명대 성서캠퍼스 한학촌. [사진 계명대]

계명대는 영화, 드라마 촬영 장소를 활용한 캠퍼스 맵 제작, '나도 주인공, 포토존'설치, 배우들의 사인이 담긴 방명록 및 사진 전시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주요 촬영지에는 극중 장면을 활용한 간판을 설치해 캠퍼스를 찾는 학생들과 방문객들에게 재미도 더 해준다는 계획이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좋은 캠퍼스와 시설은 대학의 큰 자산 중 하나이다"라며 "국내 최고의 아름다움을 가진 캠퍼스로 더 발전시켜 국내를 넘어 하버드대처럼 캠퍼스 자체가 하나의 이름있는 명소가 되도록 꾸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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