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0%, “외환위기, 내 삶에 부정적 영향 미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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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의 외환위기 20주년 설문조사 결과 #“본인·부모 등의 실직·부도 경험”답변도 40% #“외환위기가 가장 큰 영향 미친 건 비정규직 문제” #“외환위기 극복은 정부 아닌 국민의 노력 덕택”

외환위기가 자신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열 명 중 여섯 명 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외환위기 발생 20년을 맞아 지난달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57.4%가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외환위기 때를 지목했다. ‘2010년대 저성장’(26.6%),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5.2%), ‘1970년대 석유파동’(5.1%)이 뒤를 이었다.

외환위기 설문조사

외환위기 설문조사

응답자의 59.7%는 “외환위기가 내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이 답변 비율은 외환위기 당시 대학생(68.9%)과 자영업자(67.2%), 농축수산업 종사자(62.5%)였던 계층에서 특히 더 높았다.

외환위기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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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당시 본인이 경험했거나 느낀 것으로는 ‘경제위기에 따른 심리적 위축’(64.4%), ‘국가관에 대한 변화’(57.5%) 등의 답변이 많았다. 본인·부모·형제의 실직 및 부도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39.7%에 달했다.

외환위기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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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의 원인으로는 ‘외환보유고 관리, 부실은행 감독 실패 등 정책적 요인’(36.6%), ‘정경유착의 경제구조 등 시스템적 요인’(32.8%) 등이 지목됐다. 위기 조기 극복의 원동력으로는 ‘금모으기 운동 등 국민 단합’(54.4%)’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구조조정 및 개혁 노력’(15.2%)이 뒤를 이었다.

외환위기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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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친 긍정적 영향으로는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대기업, 금융기관 등)의 건전성 및 경쟁력 제고’(24.5%)’가 가장 많이 지목됐고, 부정적 영향으로는  ‘소득격차, 빈부격차 확대 등 양극화 심화’(31.8%)가 가장 많이 꼽혔다.

외환위기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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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의 영향을 보다 세분화해 질문했더니 ‘비정규직 문제’(88.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안정적인 직업 선호(86.0%)’, ‘소득격차(85.6%)’, ‘취업난 심화’(82.9%) 등이 뒤를 이었다.

외환위기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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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는 경제적 측면에서 ‘일자리 창출 및 고용안정성 강화’(31.1%), 사회적 측면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신뢰 구축’(32.7%)과 ‘저출산 및 고령화 대책 마련(32.5%)’ 등을 지목했다.

임원혁 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국민이 외환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 ‘금모으기 운동 등 국민 단합’을 ‘구조조정 및 개혁 노력’보다 더 높게 평가한 것에 주목한다”며 “앞으로 포용적 성장을 통해 사회 응집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DI는 15일 기획재정부와 함께 ‘아시아 외환위기 20년 후’를 주제로 ‘2017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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