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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수의 에코사이언스

사춘기 겪는 지리산 곰을 어찌할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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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지리산 반달가슴곰 종 복원사업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시작한 건 2004년이지만, 이 곰들이 올해 들어 유난히 관심을 끌고 있다. KM-53으로 명명한 3년생 수컷이 80㎞나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까지 두 차례 이동했다가 잡혀 오면서 향후 복원사업에 심각한 고민을 던진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 7, 8일 강원도 원주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 심포지엄’에서 논의됐다. KM-53 외에 다른 곰도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를 넘나든 사실이 공개됐다. 지리산 산줄기가 이어진 경남 산청군 웅석봉이나 하동군 형제봉은 말할 것도 없고, 가뭄으로 마른 섬진강을 건너 전남 광양 백운산과 곡성까지 다녀왔다는 것이다.

사실 곰들이 울타리도 없는 국립공원 경계 안에만 머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공원공단의 송동주 종복원기술원장은 “곰은 생후 3~4년 때 호기심이 많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곰도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는 모양이지만, 그러려니 넘길 수 없다. 사람과 조우했을 때 안전 문제 때문이다.

에코사이언스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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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는 지리산국립공원이 수용할 수 있는 곰을 64마리로 추산한다. 이미 47마리로 불어난 곰은 지리산 수용 능력의 73%에 이르렀다. 더 늘면 더 자주 뛰쳐나갈 것이다.

전남대 생명과학기술학부 박춘구 교수의 연구를 봐도 복원지역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리산 곰 12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곰을 더 투입하게 생겼다. 러시아산 수컷이 암컷들을 독점한 탓에 근친교배로 인한 유전병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곰 복원사업을 계속하려면 지리산과 덕유산을 이어주든지, 곰을 잡아다 설악산·오대산에 풀어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곰이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이 없도록 감시·출동 체계를 갖추는 건 기본이고 사람이 다칠 경우 충분히 보상해 줘야 한다. 국립공원 밖에서도 곰이 밀렵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보호구역 확대가 필요하다.

곰 복원 추가 사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환경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곰이 두 번씩이나 찾아온 김천시 한 고을에서 ‘곰 사는 청정지역, 반달곰아 오너라’ 플래카드까지 내걸고 곰을 학수고대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