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MB아바타냐"고 하던 안철수가 MB 비난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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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전직 대통령도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의 예외일 수 없다”고 13일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현직 대통령도 처벌받는 세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을 꺼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적폐청산을 보면서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기자들에게 ‘상식에 벗어난 질문 하지 말라’고 역정을 내고 측근은 ‘품격을 생각하라’고 했더니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며 “대선 개입 댓글 의혹, 블랙리스트 의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상 취소 청원 공작 의혹, 군 사이버사령부 온라인 여론조사 활동 등은 국민의 상식을 무너뜨리고 국격을 훼손하고 법질서를 위배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상식과 품격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간 당내에선 "안 대표가 이 전 대통령 비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대선 기간 ‘MB 아바타’ 발언으로 치른 곤욕이 안 대표 스스로 MB 관련 이슈에 거리를 두게끔 하는 거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도 'MB 아바타' 발언을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며 “검찰 수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이 어느 정도 드러났기 때문에 성역없이 수사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MB 비판이 적폐청산 프레임과 연결돼 있다는 진단도 있다. 안 대표는 지난주 독일 방문할 당시 “지금 서로 전(前), 전전, 전전전(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완전히 정신이 없다”면서 “복수하려고 서로 정권을 잡느냐”고 말해 당내 반발을 불러왔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 등 호남 중진 의원들은 “안 대표가 적폐청산 등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호남의 민심이 떠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의 MB 비판은 바른정당과의 연대 및 통합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바른정당에는 정병국 의원 등 MB와 가까운 정치인이 많다. 바른정당은 지난 11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된 후 낸 “한풀이식 정치보복이란 건 삼척동자도 이미 알고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국가근간마저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일각에선 "MB 이슈가 지속할수록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논의는 시작도 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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