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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5·18 암매장' 발굴 확대…"감시탑에 시신 유기" 증언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에서 5·18기념재단이 투입한 중장비가 겉흙층을 걷어내는 땅파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에서 5·18기념재단이 투입한 중장비가 겉흙층을 걷어내는 땅파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시민들이 암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발굴 장소가 추가로 확대됐다. 옛 광주교도소는 80년 5월 당시 사라진 희생자들을 계엄군들이 암매장한 장소로 유력하게 지목돼온 곳이다.

발굴단, 광주교도소 담장쪽 2.5m 더 넓혀 #1단계서 '암매장' 발견 안돼…대상지 확대 #광주교도소, 사망자 28명중 11구만 수습 #계엄군 지휘관 “가마니로 시신 2구씩 매장” #진술·약도 있는데도 37년간 진상규명 외면

5·18기념재단은 13일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1단계 구간의 발굴 면적을 교도소 담장 가까이 넓혀 발굴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기존 폭 3m, 길이 40m였던 1단계 구간의 발굴 면적을 폭 5.5m, 길이 40m로 늘린 것이다.

1980년 5월 계엄군에 의해 숨진 광주시민들의 시신. 중앙포토

1980년 5월 계엄군에 의해 숨진 광주시민들의 시신. 중앙포토

발굴단은 14일까지 콘크리트 절단 및 제거작업을 한 후 15일부터 해당 구간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에 착수키로 했다. 지난 6일부터 교도소 담장에서 5.5m 떨어진 곳부터 4m 너비로 길이 40m, 최대 1.4m 깊이의 구덩이를 팠으나 암매장 흔적을 찾지 못한 데 따른 조치다.

이번에 발굴이 이뤄진 교도소 북측 담장 바깥쪽 길이 300m 중 길이 115m 구간은 가장 유력한 암매장지로 지목된 장소다. 5·18기념재단과 발굴을 맡은 대한문화재연구원은 1단계 구간에서 교도소 생활 쓰레기와 배관 다발 등 과거 굴착 이력만을 확인했다.

광주광역시 북구 옛 광주교도소 전경. 5·18 당시 암매장 장소로 유력하게 추정됐던 곳이다. [뉴시스]

광주광역시 북구 옛 광주교도소 전경. 5·18 당시 암매장 장소로 유력하게 추정됐던 곳이다. [뉴시스]

당초 5·18기념재단은 담장과 3m 떨어진 곳을 가장 먼저 조사하려고 했으나 땅속에 매설된 가스배관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무산됐다. 1999년 매설된 가스 배관에는 현재 잔류 가스가 남아있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돼 추가 발굴조사 범위에 포함됐다.

앞서 5·18기념재단은 1단계 발굴 작업이 끝난 후 확대 발굴 작업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해왔다. 발굴단은 또 옛 광주교도소 남쪽에 대해 현장조사도 하기로 했다. 교도소 남쪽은 80년 당시 제3공수여단 제11대대 이모 병장이 “5구의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장소다.

1980년 5월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하는 광주시민. 중앙포토

1980년 5월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하는 광주시민. 중앙포토

아울러 발굴단은 기존 2~3단계 구간에 대한 발굴 작업은 당초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2단계 발굴은 기존 1단계 작업 구간 위쪽 40m를 10m씩 나눠 2단계 발굴 작업에 들어간다. 2구간에서 암매장 흔적을 찾지 못할 경우 나머지 37m에 대한 3단계 작업에 들어간다.

이번 발굴은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 지휘관이던 3공수 김모 전 소령이 작성한 약도와 진술 조서, 시민 제보 등을 토대로 이뤄졌다. 김 전 소령은 1995년 5월 29일 서울지검에서 ‘관이 없어 가마니로 시신 2구씩을 덮고 묻었다’고 진술했다.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암매장 추정지에 대한 유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암매장 추정지에 대한 유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또 ‘시신 12구 중 전남대에서 광주교도소로 옮겨진 시신 2~3구는 밟혀 죽은 시위대였다’는 진술도 남겼다. 당시 시신들이 밟혀 죽은 이유에 대해서는 ‘광주교도소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비좁은 방송 차량에 30여 명의 시위대를 태웠기 때문에 힘이 없는 시위대를 쓰러져 밟히고 질식해 죽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옛 광주교도소는 80년 5월 당시 행불자들이 암매장된 장소로 지목돼왔다. 5·18 당시 보안대 자료에는 옛 교도소에서 억류당한 시민 28명이 숨졌는데 이중 시신 11구만 임시 매장된 형태로 발굴됐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 당시 행방불명자의 시신이 암매장됐다가 다른 장소로 옮겨졌을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유해 흔적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에서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에 의해 시신이 암매장 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유해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일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에서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에 의해 시신이 암매장 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유해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옛 광주교도소의 감시탑 지하 공간에 5·18 희생자의 시신 유기하고 콘크리트로 밀폐했다”는 증언이 나와 5·18기념재단 등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옛 광주교도소 교도관인 A씨는 "광주교도소 제1감시탑 지하에 교도관인 나도 접근 못 하는 보안구역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5·18 때 교도소 주변에 묻었던 시신을 꺼내 유기한 장소로 안다"며 "시신을 유기한 지하 공간은 콘크리트로 입구를 밀폐했다고 들었다" 주장했다.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에서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이 암매장 추정지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옛 광주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에서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이 암매장 추정지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A씨는 제보 출처에 대해서는 "상사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라며 "직접 사실관계를 입증하거나 관련 기록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5·18기념재단은 진술의 진위 파악에 나섰다. 재단 측은 옛 광주교도소의 설계도를 확보해 제1감시탑 지하에 도면과 구조가 다른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5·18 당시 교도관 등을 접촉키로 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5·18 당시 계엄군에게 끌려가는 광주시민들. 중앙포토

5·18 당시 계엄군에게 끌려가는 광주시민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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