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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푸틴 여성 록밴드 ‘푸시 라이엇’ 신곡서 트럼프도 겨냥

중앙일보

입력

'경찰 국가' 뮤직비디오 통해 푸틴-트럼프 동시 조롱 #푸틴 공개 비난하다 징역살이도…"트럼프 1년 슬픈 일"

2012년 러시아 정교회 제단에 난입해 반푸틴 시위를 벌인 '푸시 라이엇' 공연 모습. [중앙포토]

2012년 러시아 정교회 제단에 난입해 반푸틴 시위를 벌인 '푸시 라이엇' 공연 모습. [중앙포토]

반푸틴 운동으로 징역살이까지 한 러시아의 여성 펑크록밴드 ‘푸시 라이엇’(Pussy Riot)이 새로 발표한 노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푸시 라이엇은 지난 8일(현지시간) 공개한 신곡 ‘경찰국가’ 뮤직비디오에서 스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어린이들이 트럼프와 푸틴이 악수하는 장면 등을 멍하니 보고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앞뒤로 이어지는 화면에는 어린이 장난감을 불태우거나 곤봉으로 시민·어린이를 폭력 진압하는 제복 경찰들을 배치했다. 경쾌한 선율 속에 “문제 없는 천국이죠/ 그들을 가둘 테니까”(No problems in paradise/We’ll lock them up)라는 노래 가사가 흐른다.

제목과 영상 모두 러시아의 감시·권위 체제를 정조준하는 신곡은 트럼프의 대선 당선 1주년을 맞아 발표됐다. 푸시 라이엇의 멤버로서 영상 속에서 유일하게 얼굴을 드러낸 나데즈다 톨로코니코바(27)는 9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슬픈 기념일”이라며 “미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명민하지 못하고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권위주의적 인간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2012년 반푸틴 공연으로 기소된 푸시 라이엇 멤버들. 오른쪽이 나데즈다 톨로코니코바. [중앙포토]

2012년 반푸틴 공연으로 기소된 푸시 라이엇 멤버들. 오른쪽이 나데즈다 톨로코니코바. [중앙포토]

푸시 라이엇은 지난 2012년 2월 대선 3선을 노리고 있는 푸틴 대통령을 공개 콘서트 형태로 비판했다가 세계적인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스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20대 멤버 5명은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 중심지 ‘구세주예수그리스도 교회’ 제단에 난입해 “성모여, 푸틴으로부터 러시아를 구하소서”라는 가사의 요란한 노래를 불렀다.

1분 여의 '깜짝 공연'이 낳은 파장은 컸다. 종교적 증오에 따른 난폭 행위 혐의로 기소된 이들 중 일부는 수감생활을 했고 일부는 해외로 도피했다. 당시 이들의 유죄 평결을 놓고 러시아 야권은 물론이고 인권단체와 문화예술인 등을 중심으로 국제적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톨로코니코바는 이번 노래가 “정치 활동가들이 새로운 정보를 퍼뜨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판자들을 반역자들로 취급하는 건 독재적 지도자의 첫 번째 징조”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꼬집어 비판했다. NYT는 톨로코니코바가 현재 모스크바에 거주 중이며 다른 멤버들의 경우 신상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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