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다리 노린 '잉크 테러' 범인 검거 당시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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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장면. 실제 피해 사례(왼쪽)와 범인이 여자화장실을 서성이는 모습.

지난해 SBS '궁금한 이야기 Y' 방송 장면. 실제 피해 사례(왼쪽)와 범인이 여자화장실을 서성이는 모습.

최근 계단과 에스컬레이터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 다리를 노려 잉크(먹물)나 침을 뿌리는 범행이 잇따르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잇따르는 침·잉크 테러 #성적 수치심 호소에도 성범죄 아닌 재물손괴·폭행죄로만 처벌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강남역 일대에서 스타킹을 신고 지나가면 '잉크 테러를 당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범인은 피해 여성이 잉크에 묻은 스타킹을 화장실 휴지통에 버리면 이를 주워가는 것으로 추정됐다.

범인 속옷 안에서 나오는 여성들의 팬티스타킹.

범인 속옷 안에서 나오는 여성들의 팬티스타킹.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범인 검거 당시를 포착했다. 경찰은 '스타킹 어디 있냐'며 범인 몸을 수색했으나 스타킹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스타킹은 범인 속옷 안에서 나왔다. 이를 발견한 형사는 "여기 있잖아. 너 변태야?"라고 물었다. 16차례에 걸쳐 스튜어디스 복장을 한 여성의 스타킹에 먹물을 뿌린 뒤 화장실에 버린 스타킹을 가져간 혐의로 기소된 이 남성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18일 부산대에서 발생한 먹물 테러.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부산대에서 발생한 먹물 테러. [연합뉴스]

유사 범행은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달 부산에서는 스타킹을 신은 여대생 다리에 먹물을 뿌리고 달아난 남성이 있다는 신고가 계속돼 경찰이 추적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서울 신촌 일대에서도 먹물 테러가 발생했다. 지난 7월 울 충정로역에서는 여성 승객 다리에 침을 뱉던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범행을 성범죄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리적 논쟁은 남아있다. 성범죄가 아니라 재물손괴죄나 폭행죄로 처벌하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들이 느끼는 고통과 법적인 잣대 사이에 다소간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강남 먹물 테러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피해 여성들이 성적 수치심을 호소했을 뿐 아니라 범인 정모(30)씨 또한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범행"이라고 자백했음에도 신체적 접촉 등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범죄로 판단하지 않았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SBS와 인터뷰에서 "이물질을 뿌리는 그 행위 자체는 본인은 어떤 성적인 상징적 행위로 생각하면서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래서 그 사람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즐긴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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