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파키스탄 '더 가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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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오른쪽)이 20일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닷새 동안 중국에 머물면서 송유관 건설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중국이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강화할 태세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19일부터 닷새 동안 중국을 방문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산 석유를 자국을 거쳐 중국으로 직접 운송하는 송유관 건설과 경제협력 강화 등 중국과의 전략적 제휴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좁게는 파키스탄의 대중 교역증진과 중국의 에너지난 해소, 넓게는 미국과 인도의 관계 강화에 대한 양국의 공동 전략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 미국과 인도의 밀착=인도의 핵 에너지 개발에 원자로 제공 용의를 밝히면서 전략적 유대를 강화하는 미국은 중국에 큰 부담이다. 서남쪽에 국경을 맞댄 대국 인도와 미국이 밀착한다면 중국으로선 낭패다. 인도와 국경.종교 갈등을 빚으면서 핵 개발 영역에서 경쟁하는 파키스탄도 미국과 인도가 새 동맹관계에 들어설 경우 위기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중국과 파키스탄의 주변환경 변화는 양국 관계의 강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上海) 국제문제연구소 자오간청(趙幹成) 연구원은 "파키스탄은 최근 미국과 인도의 핵 개발 협력에 매우 긴장하고 있다"며 "무샤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미국과 인도의 이러한 움직임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의 핵 능력 개발에 맞서 파키스탄도 합작 대상을 물색해 왔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파키스탄이 중국을 파트너로 삼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중국.파키스탄 공동 보조=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3월 인도와 파키스탄을 방문한다. 하지만 인도에서 사흘 머무르는 것에 비해 파키스탄에선 5시간만 체류한다. 미국의 전략적 저울대에서 파키스탄은 인도보다 무게가 훨씬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은 적극적으로 중국에 다가서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란 핵 문제로 이란산 천연가스를 파키스탄~인도 등을 거쳐 중국으로 실어오는 가스관 건설 계획은 존립 위기에 처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중국은 이번 무샤라프 방문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파키스탄을 통해 실어오는 송유관 건설 약속을 함으로써 미래의 에너지 위기에 대응한다는 심산이다.

파키스탄 언론들은 18일 무샤라프의 방중을 두고 "파키스탄은 중국 상품이 서남아시아로 뻗어가는 교역통로와 중국의 에너지를 실어나르는 에너지 통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키스탄은 중국과의 교역액을 2008년까지 80억 달러 수준으로 올리면서 중국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여 경제발전을 추구할 계획이다.

◆ 환대받는 무샤라프=20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면담에 이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자칭린(賈慶林) 전국정치협상회의(政協) 주석 등 주요 지도자들을 만난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닷새 동안의 방중 일정 중 중국 지도자들과 통신.에너지.과학기술.농업 등 전체 13개 항목에서 협정서와 양해각서에 사인한다. 중국은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4개국과 함께 만든 상하이협력기구(SCO)에 파키스탄을 적극 끌어들임으로써 지역 안보 문제에 관한 안전판을 하나 더 확보한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이에 앞서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공항에 무샤라프가 도착한 19일 오후 6시(한국시간 7시)를 전후해 공항에서 도심으로 통하는 고속도로와 그 인근 지역은 철통같이 통제됐다. 일반 외국 국가원수가 방문할 때보다 훨씬 강도 높은 교통통제다. 이는 중국이 그만큼 무샤라프를 대우한다는 증거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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