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아버지 이종범도 못 탄 신인상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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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손자' 이정후(19·넥센 히어로즈)가 올해 프로야구 신인왕이 됐다.

&#39;엄마 울렸다!&#39;이정후 신인상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넥센 이정후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은 뒤 화면 속 우는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2017.11.6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39;엄마 울렸다!&#39;이정후 신인상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넥센 이정후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은 뒤 화면 속 우는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2017.11.6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정후는 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콘티넨털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총 535점에서 503점을 받아 신인상을 수상했다.

지난해부터 MVP, 신인상이 투표제에서 점수제로 바뀌면서 만장일치 수상은 없어졌으나 이정후는 신인상 부문에서 107명의 투표인단이 각각 1위 선수에게 주는 점수(5점)를 싹쓸이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정후는 1위 98표, 2위 4표, 3위 1표를 받아 1위표를 전부 가져가지는 못했다. 롯데 김원중(4표), kt 정현(2표), KIA 최원준(2표), 삼성 김성훈(1표) 등이 1위표를 나눠가져갔다.

역대 첫 만장일치 신인왕은 지난 1996년 박재홍(현대 유니콘스)이다. 박재홍은 당시 30홈런-30도루를 달성해 유효표 65표를 모두 가져갔다. 이정후는 "만장일치가 될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이렇게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이로써 넥센은 서건창(2012년), 신재영(2016년)에 이어 이정후까지 역대 3번째 신인상을 배출했다.

시상대 향하는 이정후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넥센 이정후가 신인상 수상자가 발표되자 시상대로 향하고 있다. 2017.11.6   utzz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시상대 향하는 이정후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넥센 이정후가 신인상 수상자가 발표되자 시상대로 향하고 있다. 2017.11.6 utzz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정후는 "많이 부족한데 장정석 감독님께서 기용해주셔서 감사하다. 코치님들과 선배님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줘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내년에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온 이정후는 올 시즌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고졸 신인 최초로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 111득점으로 활약했다. 타격 13위, 득점 3위, 최다 안타 공동 3위 등 걸출한 성적을 작성했다. 역대 신인 최다 안타(종전 서용빈 157개)와 최다 득점(종전 유지현 109개) 기록도 모조리 갈아치웠다.

이정후는 지난 7월15일 최연소(만 18세10개월7일)로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2009년 당시 19세 23일로 올스타전에 나선 안치홍(KIA)의 최연소 베스트 출전 기록 경신했다.

이정후는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이종범(47) 야구 대표팀 코치의 아들이다.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이 코치는 프로야구 36년 역사상 최고의 ‘호타준족(好打俊足)’으로 꼽힌다. 날카로운 방망이를 휘두르면서도 바람처럼 빠르게 그라운드를 누볐던 이종범에겐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 이 코치도 신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1993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 코치는 1993년 양준혁(당시 삼성)에게 밀려 신인상을 놓쳤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못 받은 신인상을 받아서 뿌듯하다. 신인왕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더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무서운 신인 넥센 이정후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1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8회 초 2사 3루 상황 넥센 1번 이정후가 타석에서 집중하고 있다. 2017.9.17   imag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무서운 신인 넥센 이정후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1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프로야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8회 초 2사 3루 상황 넥센 1번 이정후가 타석에서 집중하고 있다. 2017.9.17 imag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정후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표팀에 뽑히면서 아버지 이 코치와 생애 처음으로 사제지간이 됐다. 이정후는 "어제 하루 아버지와 함께 대표팀 훈련을 했는데, 대표팀 형들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펑고 타이밍이 너무 빠르다고 하더라. 무슨 스프링캠프인 줄 알았다고, 조금만 속도를 늦춰달라고 했다"며 웃었다.

이정후가 정말 감사한 사람은 어머니 정정민씨였다. 정씨는 이날 신인상을 받는 이정후를 보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버지가 계속 선수생활을 하시느라 함께 한 시간이 별로 없다. 그 시간은 어머니가 채워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제가 야구를 하는 동안에 어머니가 아버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위에서 싫은 소리를 많이 들으셨다. 지금까지 그런 어려운 상황들을 참고 뒷바라지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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