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 여당 지도부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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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왔다. 당 의장 경선 과정에서 모든 후보가 지적했듯이 위기에 빠져 있다. 관리형 당 의장은 청와대의 의중에 휘둘렸다. 대통령의 인기 하락에 맞춰 당의 지지도는 추락했고, 선거마다 참패했다. 정 의장 자신도 "지난 2년간 집권 여당으로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새 지도부는 그러한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냉정하게 분석하고, 국민의 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

사실,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여야 관계의 앞날은 매우 불안하다. 당장 5.31 지방선거는 내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내년 말 대통령 선거에 나설 유력 주자들이 여야의 지휘탑에 포진하고 있다. 정계개편설과 개헌론도 잠복하고 있다. 그러니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고 사소한 일도 증폭시키며 정쟁으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사학법 날치기는 묻어 놓고 장외투쟁만 비난한다든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해서는 상생정치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정 의장은 2년 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상생정치 협약을 맺었던 당사자다. 또 그는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개혁 원칙론보다 '이길 수 있는 개혁'을 강조하며 당 의장으로 선출됐다. 따라서 그가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정쟁을 중지하고 정책 중심으로 갈 것"을 기대한다.

청와대와의 관계도 다시 설정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청와대에 끌려다녀서도 안 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매달리도록 요구해서도 안 된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해 줘야 한다. 특히 "국민을 안심시키는 '안심 정치'를 하겠다"는 정 의장의 취임사가 정치적 수사(修辭)에 그치지 않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