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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월급 더 주면 불만 없어진다? 그건 사장님 착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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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에도 불꺼지지 않는 회사. [사진 Pexels]

늦은 밤에도 불꺼지지 않는 회사. [사진 Pexels]

회사는 창업가에게 갓난아기 같다. 항상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항상 무엇인가를 요구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되는 것은 다반사다. 직원들도 '사장 마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8) #'내 맘같은 직원' 가득찬 회사 만들기 #월급 더 준다고 사내 불만 없어지지 않아 #회사 비전에 동참하는 문화 만들어야

임직원의 참여도는 회사 비전에 구성원이 얼마나 몰입하고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참여도가 적은 회사는 사기 및 성과 저하, 고객 불만 증가, 사업 기회 상실 등의 결과를 보인다. 반면 참여도가 높은 회사의 경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열정적이고 협력적인 조직 문화를 보인다.

신입이건 경력이건 이제 막 들어온 신참에게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다. 처음부터 제대로 이해시키지 않으면 결국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낮은 참여도로 이어진다. 입사 초기에는 참여도가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비전을 명확하게 이해한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인 경우가 더 많다.

업력이 짧고 급속 성장하는 바람에 미숙한 경영상황이 수시로 연출되는 유니콘 스타트업의 경우에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대표는 외부에서 영입한 중요 임원과 회사의 비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공유했다고 여기며 해당 임원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해도 기존 임직원은 새 임원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대표, 새로운 임원, 기존 임직원 중 분명 하나는 크게 잘못하고 있으므로 조직 내 불필요한 긴장과 불화를 조장하게 된다.

모든 수단 가리지 말고 비전을 알려라. [사진 Freepik]

모든 수단 가리지 말고 비전을 알려라. [사진 Freepik]

모든 조직 구성원은 자신의 업무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해당 업무가 회사의 비전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수시로, 또는 정기적으로 이해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비전을 만들고 공유해야 하는 창업가는 선포 한번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영원토록 미친 듯이 이 비전을 알려야 한다. 모든 수단을 가리지 말고 알려야 한다. 카톡으로, 이메일로, 사내 방송으로, 벽보로, 게시판으로, 질문으로, 점심 먹으면서 반복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 비전에 부합하는 행동을 창업가가 보여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구성원이 회사의 비전에 동참하고 있다는 증거로서 눈에 띄는 것은 끊임없는 불평과 불만이다. 불평과 불만을 기업의 비전에 대한 구성원의 자부심과 열정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변화를 위한 제안으로 바꿔주어야 한다. (물론 회사 책상이 낡았다라는 등 부정적 일상에 대한 불평과는 명확하게 구분돼야 한다)

사랑하지 않으면 관심도 없기에 아무런 말도 안 하는 법이다.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돼 한 사람의 내부 목소리도 소중한 스타트업에게 구성원의 불평과 불만이 내포하는 의미를 중요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월급보다 비전이 중요 

스타트업 창업자가 착각하는 부분 중 하나는 ‘월급을 많이 주면 회사가 원하는 대로 불평·불만 없이 일할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비영리단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지향하는 비전에 열정을 보이는 구성원이 많음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비전은 매우 중요한 것임을 다시 설명한다.

인재 채용. [사진 Pexels]

인재 채용. [사진 Pexels]

초창기 10명 내외의 스타트업 단계에서는 창업가의 비전에 딱 들어맞는 인재를 뽑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점점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내 마음 같지 않은 직원'이 늘어난다. 이런 직원이 어떻게 회사에 오게 된 것일까. '내 마음 같지 않은 직원'은 또 다른 '내 마음 같지 않은 상사'가 뽑았다. 창업가가 뽑았다면 그런 사람을 채용하지 않았을 텐데…. 이런 제길! '내 마음 같지 않은 상사'를 누가 뽑고 그렇게 만들었던가? 어처구니 없게도 바로 창업가 자신이다.

인재채용 못지 않게 기업 구성원이 비전에 몰두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권한위임을 통해 사업 성장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회사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실행되는 많은 사업활동 하나하나에 구성원의 생각과 의도가 고스란히 녹아들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크로경영 또는 황제경영의 폐해는 크다. 스타트업 창업가가 저지르는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사업진행 방식은 구성원이 회사의 비전에 회의감을 갖게 하고 자조적 반응을 보이게 한다. 간혹 리더가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도 비전을 이뤄나가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긴 하다. 이는 창업가 스스로가 비전에 무서우리만큼 일치하는 언행을 공개적으로 보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창업가가 미친듯이 자신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공유하며, 공감을 얻고, 비전을 강화할 인물을 찾고, 그 비전에 동참하는 문화를 만드는데 올인 해야 하는 이유가 다시 명확해진다. 우리 회사에 창업가 마음에 드는 인재와 문화가 없는 이유는 창업가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열정페이

웹툰 <열정호구> 중에서. [그림 네이버]

웹툰 <열정호구> 중에서. [그림 네이버]

사장은 비전과 열정을 강조하는데 왜 직원은 착취 당하고 있다고 느낄까. 심지어 멋진 모습으로 매스컴에 나와 관중과 시청자의 환호를 받아가며 시청률을 올리는 스타트업 창업가와는 달리 해당 스타트업 직원은 열정페이라는 착취 관계에 있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창업가가 사업을 하는 최우선 이유가 유명해지고 돈 많이 벌며 권력을 얻기 위함이기 때문이지, 회사의 비전을 이루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업가의 말과 행동이 달라지면 직원은 착취당한다고 느낀다.

임직원에게 회사의 비전에 동참해 비전을 발전시킬 권한을 주며,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을 공유할 투명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비전은 회사의 모습을 만들기도 하며, 그 비전에 동참하면 이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믿음을 얻게 한다. 그래서 창업가와 회사의 비전에 따라 투자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발생한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 믿고 물건을 사며, 사람을 향한다고 믿고 야구장에서 응원하고, 나를 사랑할 거라 믿고 노래를 부른다. 만약 아닌 것이 드러나면 이 모든 것이 냉소와 증오로 돌변한다.

과거에는 'XX경영'을 외치며 거창한 비전 선포식을 하고 회장의 사내방송과 후속 교육으로도 적당한 성과가 나오긴 했다. 오늘날처럼 양방향 실시간 소통과 데이터 사용이 가능한 초연결시대에는 그런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창업가나 회장이 진정성으로 가득한 지속적 실천을 보이지 않는다면 멋있어 보이는 창업가의 방송광고 출연도 결국 조롱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비전에 대한 열정을 보여라. [사진 Freepik]

비전에 대한 열정을 보여라. [사진 Freepik]

창업가 본인이 스스로 신나게 몰입하지 않으면 나올수 없는, 비전에 대한 열정을 보여야 한다. 인재채용부터 고객 반품 정책까지 기업의 모든 전략과 정책이 회사가 선포한 비전에 합치하도록 만드는 것이 창업가가 원하는 ‘내 마음과 같은 직원’으로 가득찬 회사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다.

모든 기업의 철학과 문화는 창업가가 추구하는 인생 가치에서 비롯된다. 비전과 목적을 논하기 이전에 창업가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3개 에서10개 정도를 나열해보고 우선순위를 정해 보자. 정직, 성실, 솔직, 근면, 사랑, 수직적 장유유서 등 여러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정한 핵심가치는 회사 전체에 공유되어야 궁극적으로 기업의 문화를 만들어 준다. 또한 회사의 핵심초점은 경쟁력 있는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고객이 우리 제품·서비스를 사용해서 얻게 되는 분명한 차별적 이익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핵심 가치와 초점이 합치될 때 비전이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핵심가치와 초점은 반드시 일치해야 

창업가의 개인적 핵심가치는 '수직적 장유유서'임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보이려고 직급 없는 수평적 소통을 통한 혁신의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기만이자 임직원과 고객을 속이는 행위다. 동네 깡패의 팔뚝에 커다랗게 ‘차카게 살자’라는 문신이 개그가 되는 이유는 핵심 가치와 초점이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jkim@ampluspartners.com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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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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