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인호·이동근의 쓴소리, 김상조의 오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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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달 사퇴 의사를 밝힌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오늘 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를 “기업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는 기업이 중심이고, 일자리·분배·복지 모든 걸 창출하는 주체가 기업이며, 기업가형 국가만이 발전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그는 자유시장과 경쟁을 강조하면서 경쟁을 가로막는 최대 주범이 바로 정부라고 강조했다. “기업 문제를 가지고 고민한 적이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문제”라는 말도 했다.

지난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5대 그룹 회동에서 나온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의 쓴소리도 들린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정부의 친노조 정책으로 중소기업이 다 죽게 생겼다고 말한다”고 재계의 고충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때문에 사업을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는 중소기업이 많다. 정부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고언을 옛 경제관료의 흘러간 얘기나 이해관계자 집단의 불평불만으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정부 개입을 자제하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2일 5대 그룹과 만난 뒤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재벌들 혼내주고 왔다”고 말한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는 공개석상에서 나온 얘기다. 재벌의 잘못된 행태는 시정해야 하지만 재벌이 우리 경제의 귀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균형 있게 인정하던 소신은 어디 갔는가. 기업의 자발적 변화를 강조하며 “칼춤 추듯 접근하는 기업 개혁을 할 생각이 없다”던 말은 그저 레토릭이었나. 김 위원장과 5대 그룹 경영진은 언론 앞에서 활짝 웃으며 주먹을 쥐고 ‘파이팅’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앞으로 이런 사진을 보면 ‘혼내는 공정위원장’과 ‘혼나는 경영자’만 떠오를 것 같다. 한국 재계가 직면한 서글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