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바른정당 심야 의총, 오늘 8명 탈당 선언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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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바른정당 의원들이 5일 밤 당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김무성 의원(왼쪽)을 중심으로 한 한국당 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통합파와 유승민 의원(오른쪽)을 비롯한 바른정당의 독자 생존을 주장하는 자강파가 당의 운명을 놓고 막판 담판을 벌였다. 조문규 기자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바른정당 의원들이 5일 밤 당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김무성 의원(왼쪽)을 중심으로 한 한국당 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통합파와 유승민 의원(오른쪽)을 비롯한 바른정당의 독자 생존을 주장하는 자강파가 당의 운명을 놓고 막판 담판을 벌였다. 조문규 기자

바른정당이 5일 오후 8시부터 국회에서 심야 의원총회를 열었다. 사실상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날 의총에 현역 의원 20명 모두 출석했다.

남경필 제안 통합전대 호응 없어 #유승민 “기어들어가는 통합 안 해” #주호영 원내대표는 시기 고심 중

“마음이 많이 무겁다.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오늘 의총은 의원들의 정치적 진로가 결정되는 중요한 자리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곧바로 비공개 회의로 전환됐다. 의원들 표정도 어두웠다.

이날 의총은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제안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전당대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내 통합파 의원 8~10명은 6일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한 터다. 지난 3일 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黜黨) 이후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의총 시작부터 통합파와 자강파의 간극만 확인했다.

의총 전부터 통합파의 김영우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보수의 씨를 말리려 하는데 통합보다 더 큰 명분이 있는가”라며 “지금은 뭉쳐서 개혁을 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반면 자강파의 진수희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건 보수가 분열해서가 아니라 혁신하지 않고 기득권에 안주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쇄신하지 않고 통합하면 몸집만 커지는 식물 공룡이 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날 안건인 한국당·바른정당 간의 통합전대가 성사되려면 바른정당 전대(13일)가 연기돼야 한다. 하지만 유승민·하태경 의원 등 전당대회 출마자 6명은 완주를 선언한 상태다. 유 의원은 이날 의총에 앞서 열린 전대 토론회에서 “기어들어가는 통합은 하지 않겠다”며 “바른정당을 지키고 보수의 새 희망을 지키는 데 제 모든 것, 제 생명을 바치겠다”고 외쳤다. 하태경 의원도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바퀴벌레라면 홍 대표는 바퀴벌레 똥 청소부다. 보수통합의 조건이 하나 있다면 친박뿐 아니라 홍 대표도 청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홍준표 한국당 대표 측도 “통합전대는 어불성설”이라며 반대 입장이다.

이제 관심은 통합파의 탈당 시점과 한국당으로의 복당(復黨) 시기, 그리고 인원이다. 통합파 김용태 의원은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거쳐야 할 행정적 절차가 있어 탈당 시점은 9일로 늦춰질 수 있지만, 적어도 탈당 의사는 6일 중 명확히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6일 탈당선언에 8~10명의 의원이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무성 의원을 비롯, 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정양석·홍철호·황영철 의원 등 8명은 확실하다는 관측이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오신환 의원은 탈당 선언에 이름을 올릴지 고민하고 있다. 통합파 측에서는 원외 지역위원장 40~50명도 동반 탈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파가 떠나고 나서도 바른정당엔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이 옛 한나라당 원조 쇄신파로 불렸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정병국 의원 등은 이른바 ‘통합전대파’로, 최근 유 의원 등을 상대로 전당대회를 미루고 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를 하자고 설득해왔다. 유 의원이 이를 뿌리치며 세 사람 사이에 앙금이 생긴 상황이다. 남 지사는 이날 의총 직전에도 “우선 분열을 초래할 전당대회 연기부터 시작하자”며 “오늘 우리가 화합의 길을 만들지 못하면 분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자강파와 국민의당의 연대 추진도 만만치 않다. 두 당은 3일 방송법·규제프리존특별법·특별감찰관법 등 6개 법안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는 등 정책연대에 첫발을 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은 바른정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무너진다 하더라도 선거연대와 당 통합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 국민의당 내 호남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반대하고 있다. 자칫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만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

안효성·백민경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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