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우리쪽 성향 뽑아야” 지시 정황…“호남배제 천박" 더민주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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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이버사령부 등의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댓글 공작’ 군무원 선발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철저한 성향 검증을 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

‘VIP 강조사항’에 성향검증 기록 # 수사팀, MB 조사할지도 판단 예정 #7일 김관진 전 장관 소환 조사 # 더민주 “호남 배제는 천박한 인식”

5일 검찰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TF(태스크포스)’는 최근 KJCCS(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 복구 과정에서 2012년 7월 군 사이버사령부가 댓글공작에 투입할 민간인 군무원 70명을 선발할 때 작성한 내부 문건을 발견했다. 이 문건에는 ‘우리 사람을 철저하게 가려 뽑아야 한다’는 취지의 ‘VIP(대통령) 강조사항’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여기서 ‘VIP’는 이 전 대통령으로 추정된다.

사무실을 나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사무실을 나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문건을 토대로 이 전 대통령이 기존에 알려진 대로 단순히 사이버 인력 증원을 주문한 수준을 넘어, 신입 요원의 성향 파악까지 지시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과정에 따라선 이 전 대통령이 군 사이버사의 여론조작을 알고 있었다는 단서로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군 사이버사 정치개입 활동의 전모를 파악한 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필요할지도 판단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같은 시기(2012년 7월) 군무원 선발 과정에서 “성향 분석을 철저히 해 선별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파악했다. 규정상 신원 조사 기준을 ‘전과조회’ 수준인 3단계로 하면 되지만, ‘사상검증’ 수준인 1단계로 위법하게 올렸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군은 실제로 기무사를 동원해 지원자들의 친인척 등 주변인을 탐문하는 한편, 인터넷, SNS 작성 글 등을 통해 진보 성향으로 의심되는 지원자를 걸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 [연합뉴스]

김관진 전 국방장관 [연합뉴스]

특히 서류 과정에서 호남 출신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로 하고, 면접에 올린 일부 호남 출신도 압박 면접 분위기를 조성해 최하점을 줘 떨어뜨린 정황도 파악됐다. 실제 채용된 70명 중 호남 출신은 한 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의 인력 충원부터 불법적인 댓글공작을 모두 보고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는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오는 7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조사를 마친 뒤 직권남용, 군 형법상 정치개입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방부 장관이 지역 차별을 했다니 과거 일본에 의한 조선인 차별이 생각난다. 호남 출신 채용 배제 지침은 과거 보수정권에 의한 노골적 지역 차별”이라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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