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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서울마라톤]초등학생 마라토너들, "방탄소년단 만큼 마라톤도 좋아요"

중앙일보

입력

경기 남양주 도제원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5일 중앙서울마라톤에 출전했다. 11명 모두 1시간 25분 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오종택 기자

경기 남양주 도제원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5일 중앙서울마라톤에 출전했다. 11명 모두 1시간 25분 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오종택 기자

"예전엔 웹툰을 보느라 하루에 3~4간씩 휴대폰을 달고 살았거든요. 마라톤을 시작한 뒤 달리는 게 더 좋아요."

경기 남양주 도제원초등학교 6학년인 박솔(12)양. 그는 5일 중앙서울마라톤 10km 코스를 1시간 1분 52초에 완주했다.

마라톤은 성인들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이다. 풀코스 마스터즈는 5시간 이내 완주 가능한 남녀가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10km 코스는 나이 제한이 없이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다.

박솔양은 이날 친구들 10명과 함께 완주했다. 이들은 같은학교에 다니는 친구들과 만든 동네 독서모임 '책둥지' 멤버들이다. '초등학생 마라토너'들은 동아리명을 따서 '책둥지 마라톤'이란 이름으로 출전했다. 이들은 때로는 앞에서 끌어주고, 때로는 뒷모습을 보며 달렸다. 박솔양을 비롯해 신유민·최윤형·김미주양 , 안기운·김기용·김동훈·윤성준·전수철·지성준·하헌성 군 모두 1시간 25분 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솔양은 "작년에 독서모임 때 책에서 용인의 한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봤다. 운동회 때 선천적으로 병을 앓고있는 친구의 손을 잡고 다같이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도전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박솔양 어머니 박현주(43)씨는 "2015년 우리 가족은 마라톤에 첫 출전했다. 평화통일마라톤를 뛰었는데 비무장지대(DMZ) 통일로 일대를 달렸다. 딸이 너무 좋다며 친구들에게 마라톤을 강력추천했다"고 말했다.

도제원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부모 3명도 중아서울마라톤에 출전했다. 안기운군 아버지 안영범(윗줄 왼쪽)씨는 "아들과 마라톤을 하면서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도제원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부모 3명도 중아서울마라톤에 출전했다. 안기운군 아버지 안영범(윗줄 왼쪽)씨는 "아들과 마라톤을 하면서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헬스트레이너 출신 박현주씨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매주 한번씩 딸과 딸의 친구들과 퇴계원 왕숙천을 뛰며 훈련했다. 박현주씨는 "마라톤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운동이다.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이 몸소 배운 것 같다"며 "100m를 뛰고 50m 걷는걸 반복했다. 아이들이 처음엔 2~3km도 힘들어했지만, 이젠 모두 10km를 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솔양과 친구들은 그동안 2차례 마라톤 10km 코스를 완주했다. 다리를 다친 친구도 나왔고, 전날 배탈이 난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신유민(12)양은 "'혼자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 함께 완주했다"고 말했다. 최윤형양은 "취미가 휴대폰으로 아이돌 방탄소년단을 찾아보는건데, 요즘은 방탄소년단 만큼 마라톤도 좋다. 마라톤을 완주한 뒤 먹는 고기는 정말 맛있다"며 웃었다.

이날 아이들의 부모 4명도 함께 10km 코스를 뛰었다. 안기운군 아버지 안영범(52)씨는 "아들이 마라톤이 좋다고해서 처음으로 같이 뛰게됐다. 마라톤을 하면서 아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안기운군은 "아빠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체력도 좋아진다"며 웃었다.

박솔양은 "나중에 가족들과 풀코스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시각장애인의 레이스를 돕는 '가이드 러너'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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