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함께 뛰어 뜻깊죠"...중앙서울마라톤 9년 개근하는 '장애인 육상 전설' 홍석만

중앙일보

입력

중앙서울마라톤 휠체어 부문에 참가하는 홍석만 IPC 선수위원. 김지한 기자

중앙서울마라톤 휠체어 부문에 참가하는 홍석만 IPC 선수위원. 김지한 기자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달리는 마라톤 대회.

5일 서울 잠실~경기 성남 순환 코스에서 열릴 2017 중앙서울마라톤은 다른 국내 마라톤 대회엔 없는 특별함이 있다. 바로 휠체어 부문 마라톤이 함께 열리는 것이다. 2009년부터 중앙서울마라톤은 자신의 기록에 당당히 도전하는 장애인 육상 선수를 통해 휠체어 마라톤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휠체어 부문을 신설해 운영해왔다. 휠체어 부문 참가자들은 엘리트·마스터스·10㎞ 참가자보다 가장 먼저 오전 8시에 출발한다.

홍석만(42)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위원은 중앙서울마라톤의 든든한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 첫 대회부터 빠지지 않고 출전했기 때문이다.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2관왕, 2008년 패럴림픽 금메달 1개 등 역대 패럴림픽 금메달 3개를 땄던 홍석만은 한국 휠체어 육상의 '전설'로 통하는 선수다. 그런 그에게 중앙서울마라톤 참가는 뜻깊다. 그는 5일 열릴 2017 중앙서울마라톤에 9번째 출전해 '개근'을 이어간다.

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회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홍 위원은 "중앙서울마라톤은 한국에서 매우 의미있는 대회다. 장애·비장애 선수가 함께 뛰는 대회인 만큼 더 애착이 가는 대회"라고 말했다. 홍 위원은 지난 2014년 대회에서 1시간33분59초로 우승해 마라톤 국제대회 첫 우승을 중앙서울마라톤에서 거두기도 했다.

2014년 중앙서울마라톤에서 휠체어 부문 첫 우승을 차지했던 홍석만 위원. [중앙포토]

2014년 중앙서울마라톤에서 휠체어 부문 첫 우승을 차지했던 홍석만 위원. [중앙포토]

100·200·400m 등 트랙 경기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홍 위원이지만 도로 경기도 나선다. 미국 뉴욕·영국 런던·일본 오이타 등에서도 휠체어 마라톤을 경험한 바 있다. 그는 "메이저급으로 부르는 미국 보스턴, 뉴욕 마라톤과 비교해도 중앙서울마라톤은 밀리지 않는다. 선수들을 관리하는 면도 원활하고,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아 환경도 좋다. 외국 선수들도 좋아하는 대회"라고 말했다. 올해 대회엔 7개국 17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2시간5~10분 내에 우승자가 결정되는 기존 마라톤과 달리 휠체어 마라톤은 최상위권 선수가 시속 30㎞까지 속도를 낼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다. 앞바퀴 하나, 뒷바퀴 두 개가 달린 경주용 휠체어 바퀴를 손으로 밀어 달린다. 홍 위원은 "중간에 물을 마시는 지점 없이 선수 각자 휠체어에 마실 물을 달고 뛴다. 헬멧 등 경기력에 중요한 장비들을 사용하는 만큼 보다 안전한 장비를 사용하는데도 신경쓰고 있다. 휠체어에 다는 바퀴도 공기 저항,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지금도 계속 고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로 레이스에 도움을 주면서 하다보면 기록도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석만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선수촌 플라자에서 한국 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석만은 전세계 선수단을 상대로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 선수위원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홍석만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선수촌 플라자에서 한국 기자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석만은 전세계 선수단을 상대로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 선수위원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홍 위원은 피나는 노력과 성실한 자세로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교과서같은 선수'로 불린다. '공부하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스포츠코칭 전공 석사와 특수체육 트레이닝 전공 박사학위를 차례로 취득했다. 그리고 6개월 전부턴 중책을 맡았다. 지난 5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한 제75차 IPC 집행위원회에서 한국 최초로 IPC 선수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총 11명인 IPC 선수위원회는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권익 증진 사업과 의견 수렴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선수들의 은퇴 이후 진로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이달 중순엔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IPC 합동 회의에도 참석한다.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해 장애인 선수들을 위해 바쁘게 활동하는 일정의 연속이다. 여기에 지난달 열린 전국장애인체전 도중엔 부상을 당해 오른 손목, 목 부위 통증이 남았다. 그런데도 중앙서울마라톤 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홍 위원은 "국내에서 하는 장애·비장애 구분 없는 마라톤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선수로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훈련을 원한 만큼 못 했지만 최선을 다해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은 "더 많은 선수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런 가치를 더 많이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이런 대회를 통해 휠체어 육상 선수들이 많이 발굴되고, 나아가선 함께 하는 좋은 의미의 대회로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앙서울마라톤은 그 어떤 대회 못지 않게 가치있는 의미있는 대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