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찾는 위기 청소년 늘지만…절반은 제 발로 나가 '방치'

중앙일보

입력

가출 등 위기 상황으로 쉼터를 찾는 청소년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 중 절반은 제 발로 나가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가출 등 위기 상황으로 쉼터를 찾는 청소년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 중 절반은 제 발로 나가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쉼터를 찾는 위기 청소년들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절반은 제 발로 나가면서 사후 관리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여성가족부에서 받은 청소년 쉼터 인원 현황 자료를 분석해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가출 등으로 쉼터 찾은 청소년, 3년새 두 배로 #쉼터 와도 55.9%는 '무단퇴소' 등 중도에 포기 #'가정 복귀' 등 진로 추적되는 건 10명 중 4명뿐 #"제대로 역할 못 하는 이유 분석해 개선안 마련"

  박 의원에 따르면 가정폭력 등에 따른 가출 등 위기 상황으로 쉼터를 찾는 청소년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3년 1만4095명이었던 쉼터 입소자는 지난해 2만9256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24시간 운영되는 청소년 쉼터는 전국 123곳(9월 기준)이다. 쉼터에선 청소년 보호와 함께 상담, 교육 등을 통해 사회 복귀를 돕는다.

쉼터를 찾는 위기 청소년은 3년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자료 박경미 의원실]

쉼터를 찾는 위기 청소년은 3년새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자료 박경미 의원실]

  하지만 막상 쉼터로 들어온 청소년들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쉼터를 찾은 청소년 2만9256명 중 절반을 넘는 1만6352명(55.9%)이 집 복귀나 보호 기간 만료 등 정당한 사유 없이 제 발로 나갔다. 이들은 대개 무단퇴소(쉼터에 고지 없이 나감), 자의퇴소(쉼터에 고지하고 나감) 등에 해당하는데 쉼터 종사자들이 붙잡기도 어렵다. 이럴 경우엔 쉼터를 나간 청소년들이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는지 확인하거나 안전 문제 등을 관리할 방법이 없어서 사실상 방치되는 문제점이 크다.

  반면 쉼터에 있다가 가정·학교로 안전하게 복귀하는 비율은 31.4%로 집계됐다. 관련 시설로 연결(8.1%)되거나 취업 연계(0.6%), 대안학교 입학(0.1%)이 되는 일은 매우 적었다. 이에 따라 쉼터를 나선 뒤 진로 추적이 가능한 위기 청소년은 10명 중 4명 수준(41.1%)에 그쳤다.

  박경미 의원은 "정부는 쉼터가 위기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기능하지 못 하는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 이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